TABLELAND

김성호展 / KIMSUNGHO / 金聖虎 / painting   2014_0314 ▶ 2014_0412 / 월요일 휴관

김성호_Tableland_캔버스에 유채_240×486.6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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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31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현대 본관 GALLERY HYUNDAI 서울 종로구 삼청로 8(사간동 122번지) Tel. +82.2.2287.3591 www.galleryhyundai.com

현실과 허상 사이, 연출된 현실이 주는 생경함-김성호의 회화 ● 그림 속에 재현되는 사물은 다중의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보이는 현상을 넘어서는 의미를 그 안에 감추고 있다는 것은 상식의 영역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허다한 중세시대의 알레고리 회화를 떠올리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그림 속 물건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보는 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의미의 미로 속을 힘겹게 걷도록 손짓하곤 하니까 말이다.

김성호_Tableland_캔버스에 유채_240×486.6cm_2014_부분
김성호_Tableland_캔버스에 유채_240×486.6cm_2014_부분

김성호의 회화에 표현된 책과 사물들 역시 그러하다. 그의 회화는 다중적인 의미 결정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의미들은 직접적으로 제시되기도 하는데, 너무나 간단해서 그것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애초에 해석의 의지 자체를 꺾어버리기도 한다. 책장 속에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책들과 아무렇게나 놓인 인형과 같은 물건들이 하나의 완결된 세계(혹은 아무렇게나 제시되어 보이는 장면)를 이룬 그림 앞에서 보는 이들이 어떠한 의미를 탐색하기란 애초부터 지난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 김성호의 회화가 취하는 전략이 담겨 있다고 보인다.

김성호_Tableland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14

행위와 속도 ● 촬영된 사진과 영상은 흔히 강력한 증거 능력을 갖는다고 인식되지만, 짧은 촬영의 순간에도 인간의 의지는 결정적으로 개입한다. 하물며 오랜 시간 붓끝으로 그려낸 회화의 경우에 의지의 개입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김성호의 회화에서 보이는 모든 구성체들은 그의 의지에 의해 선택되고 놓였으며, 의도된 의미의 함축물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사물이 놓인 장면을 통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들은 어떤 거대한 상징이나 구체적인 알레고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어떤 제목을 가진 책을 그렸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제목이 지워진 책 무더기는 낱낱의 책이 가진 상징성을 전달하기보다는 책이라는 물질이 가진 괴체감을 전달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책을 포함한 사물들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연출 자체를 특정한 행위로 상정하고 있기에 그의 회화는 일정한 시기에 일어났던 자신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증거로 기능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그의 회화가 극사실 기법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알레고리로 가득한 중세시대의 회화나 북유럽의 리얼리즘 회화와 같은 전통적인 회화의 논법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사물 간의 우연한(그러나 철저하게 의도된) 배치를 통해 표피적 감각의 현현을 실험했던 인상주의 회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성호의 회화는 사뭇 연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위에 의해 놓인 사물들의 집합을 특정한 흔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의 회화는 그 흔적을 기록한 기록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의 회화는 스스로 장면을 설계하고, 구축하고, 끝내는 그것을 영구히 기록하여 우리 앞에 제시한다는 점에서 행위가 중심이 되는 연극성을 담보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의 과정을 하나하나 '그려내는' 지극히 느린 방식을 취하면서도 마치 순간의 인상을 촬영한 듯한 착각을 준다는 면에서 역설적인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김성호_Volume Tower-color field_캔버스에 유채_224.2×162.2cm_2014

언캐니, 현실과 가상 사이 ● 여기에서 그가 선택한 사물들이 어떤 의미요소들인지를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 앞에서 그가 제시하는 책과 사물들이 거대한 상징이나 알레고리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가 거대한 크기로 재현-이 경우에는 원본의 귀환이라는 재현 개념과는 다르다. 오히려 '연출'이 더 적합해 보인다-해놓은 '서재'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서재는 모든 내적, 외적 환경의 종합체인 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구체적인 욕망의 상징이다. 하나하나의 책들이 산개한 욕망이라면, 그것들이 모인 서재야말로 욕망의 종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호 회화의 극적 요소는 이 지점에서 최고점에 이른다. 외부를 향한 조작된 배치와 연출된 구성 등은 그대로 거대한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으며, 그것을 보는 이들은 애초에 망막을 가득 채운 사실적 세계가 허상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음을 인식하지만, 마침내 현실의 세계는 그러한 허상과 다르지 않음을 다시금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사실-허상-정교하게 구성되고 조작된 사실세계라는 순환 고리는 결국 욕망이라는 기제로 인하여 작동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마침내 허상으로 가득한 세계는 분명 매혹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실상은 조작된 현실을 반영하기에 오히려 낯설어지는 생경함(uncanny)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 그의 신작「Tableland」는 그 자체로 이미 너무도 생생하고 구체적인 현현체들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는 거대한 시뮬라크르의 세계이면서도, 서재라는 욕망의 덩어리를 구현하고 있다는 면에서 가시적인 서사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요컨대 책이 그 속에 품고 있는 함의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특정한 기표와 기의를 지닌 상징이 되는데, 그것은 책이 지닌 거칠고 무거운 물질성과 그것이 지닐 수밖에 없는 서사적 측면이 만나 각각의 개념이 충돌하는 장(場)으로 화한다. 즉, 김성호의 회화에서 구현된 책의 세상은 지식의 퇴적 작용을 통해 평평하게 만들어진 땅(site), 혹은 온갖 물질로 둘러싸인 세계의 국면과도 같으며, 군데군데 놓인 장난감과 일상적 사물들은 가상이 아닌 실제 세계로 연결시켜주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가상의 세계에 사는 유사 생물로 인하여 우리는 그곳이 정교하게 구축된 가상의 세계인 동시에 실제의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김성호_Volume Ville-color field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이렇듯 김성호 회화가 지닌 의미의 구조는 다중·복합적인 특성을 띤다. 가벼운 색채가 점유한 색면으로 인하여 팝(pop)의 한 양상으로 읽혀지는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색채는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읽어내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박석태

김성호_Volume Ville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13

The Unfamiliarity of Staged Reality In Between Reality and Illusion: On Paintings by Kim, Sung-Ho Objects represented in paintings are imbued with multiple layers of meanings. It is a common sense that paintings have hidden meanings beyond the visible phenomena. One does not need to be reminded of allegorical paintings of the Middle Ages to confirm it: The realistically represented objects talk to viewers with their unique voices, luring the viewers to take difficult paths in the labyrinth of meanings. ● The books and objects depicted in Kim, Sung-Ho's paintings resemble the above description. His paintings seem to possess a structure in which meanings are determined in multiple ways. The meanings are often presented in a direct manner, strong enough to dissuade the viewer's will to interpret from the first place. It seems not easy for one to explore certain connotations from Kim's paintings, a demonstration of one complete world (or a scene that seems to be proposed in a disorderly manner) which is comprised of the books that anyone could have in his bookshelf and the mediocre dolls. However, painter's artistic strategy lies in this specific point. Action and Speed ● While it is known that photography and video have strong ability of being evidences of events, the human will is critically engaged within the short moment of taking images. Thus, it would be a blatant lie if one argues that there is no interference of human will in the paintings created by strokes of brushes for a long time. In other words, every visible construction in Kim, Sung-Ho's paintings is selected and placed by his own will, functioning as a comprehensive sign of intended meanings. However, it is interesting to observe how the meanings artist attempted to show through the series of objects maintain a certain distance from grand symbolism or concrete allegories. Therefore, whether he painted books with titles or not becomes an unimportant matter. Rather, it seems that the books with erased titles emphasize the sense of volume possessed by the materiality of the books than conveying their symbolic meaning. Since the artist assumes his act of selecting and staging objects including books as a specific action, one must recognize that his paintings function as concrete evidences that record the artist's own actions: Kim's paintings should thus be understood in a completely different context from theories to interpret traditional paintings such as the paintings of the Middle Ages that are abundant with allegories and the realist paintings of the Northern Europe. Kim's paintings are rather close to the impressionist works which experimented with the manifestation of external senses through coincidental (yet thoroughly calculated) arrangement of objects. In this sense, Sung-ho Kim's paintings can be thought of as quite theatrical. If the assemblage of objects in action can be understood as a particular trace, Kim's paintings come to possess a meaning as a record of such a trace. His paintings acquire theatricality where actions are at the center in a sense that the works design and construct the scenes, finally presenting them in front of us as permanent records. At the same time, the paintings also show an ironic way of creation as they employ an extremely slow method that 'paint' each process of the time while giving a misrecognition of being captured images of short moments. Uncanny: Between Reality and the Imaginary ● At this point, it might be better to examine what elements of meanings are the objects chosen by the artist. Earlier in this essay, I mentioned that the books and objects the artist proposes maintain a certain distance from grand symbolism or allegories. However, the artist's representation of 'a reading room' in a huge scale – it is different from a concept of representation as the return of the original: A word that seems to be more appropriate in this case is 'staging' - seems to deserve an attention. As we all know, reading room is a very concrete symbol of desire in a way that it displays the inner world of a person as totality of all the interior and exterior environment. If individual books can be considered as fragmented manifestations of desires, a reading room, a place where the books are conglomerated, can be the most concentrated whole of desires. The theatrical elements in Kim's paintings reach their peak at this point: Fabricated arrangement and staged composition literally realize an immense world of simulacra. Those who see it recognize from the first place that the realistic world that fills up their retinae is indeed a reflection of an imaginary world made of illusions. However, they come to understand that the real world is not different from such illusions yet again. Through this process, one encounters an uneasy truth that the loop of reality-illusion-delicately constructed and fabricated world is operated by the mechanism of desire. The world that is finally filled with illusions seems alluring, but it is led to an experience of the uncanny since it reflects a fabricated reality. ● The artist's new work Tableland acquires a visible narrative structure in a way that it materializes the mass of desire that is a reading room while being a world of simulacra where vivid and concrete manifestations finely intersect with each other. In short, books in Kim's paintings escape from their embedded meanings become symbols that possess specific signifiers and signified, which sublimates into a field of conflict in which the coarse and heavy materiality of books and the inevitable elements of narrative encounter each other. To put it another way, the world of books realized in Kim, Sung-Ho's paintings is the site flattened by sedimentation of knowledge or a plane of a world surrounded by a diversity of materials. The toys and ordinary objects in places function as a passage that links his paintings to the real world, not to the imaginary world: Through the pseudo-organisms living in an imagined world, we are given an occasion to recognize the fact that the imaginary world is itself a delicately constructed domain at the same time a mirror that reflects the real world. ● As examined in the current essay, the structure of meaning in Kim, Sung-Ho's paintings is imbued with multiple and complex characteristics: This is the reason why one should not repeat the error of reading his works as a branch of pop art for their color field that is occupied by light colors. One should not ignore that color in Kim's paintings is used as a powerful tool to read the raw reality as it is. ■ PARKSEOKTAE

Vol.20140314b | 김성호展 / KIMSUNGHO / 金聖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