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의 여백

홍순명展 / HONGSOUN / 洪淳明 / painting.sculpture   2014_0628 ▶ 2014_0828 / 월요일 휴관

홍순명_여수 May 29. 2012-미메시스 아트뮤지엄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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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4_0724_목요일_03:00pm

관람료 / 5,000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 행사 일정에 따라 휴관하거나 관람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MIMESIS ART MUSEUM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Tel. +82.31.955.4100/4104 mimesisart.co.kr

풍경화는 회화의 범주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적은 분야이다. 풍경화의 주제인 자연은 소유나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은 인간이 소유할 수 없으며 고정적으로 측량할 수 없다. 풍경 화가는 구름의 모습을 같은 장소에서 관찰하며 그 변화를 지속적으로 화폭에 담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생한 바람과 햇빛을 포착하려는 풍경 화가의 시도는 소유할 수 없는 하늘과의 거리를 그려 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홍순명_스펙터클의 여백展_미메시스 아트 뮤지엄_2014

홍순명은 2004년부터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즉 옆에 있는 풍경이라 이름 지은 풍경화 연작을 그린다. 「사이드스케이프」는 전통적 풍경화와 태도를 달리한다. 작가는 풍경화의 소재를 보도 사진에서 택한다. 한 장의 보도 사진 안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캔버스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보도 사진은 전쟁과 재해, 정치와 테러, 사건과 사고 등의 무거운 사회적 내용을 담지만, 「사이드스케이프」는 무거운 사회 옆에 있는 풍경, 주목 받지 못한 채 존재하는 자연을 담는다. 「사이드스케이프」는 주제가 되지 못한 주제 옆 풍경이다.

홍순명_칸다하르 2009년 4월 2일_캔버스에 유채_89.5×145.5cm_2012

「칸다하르 2009년 4월Kandahar April 2009」에서 홍순명은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공격 현장을 담은 사진의 한 귀퉁이에서 발견된 피라미드를 캔버스 중앙으로 가져다 놓는다. 아름답고 고요하게만 보이는 피라미드의 현장에서는 실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이슈와는 거리가 먼 듯 보이는 그의 풍경화는 풍경화 본연의 미학은 전유하지만, 예술 세계와 현실 세계를 분리하는 풍경화의 전통적 태도는 전복된다.

홍순명_사이드 스케이프-미메시스 아트 뮤지엄_2014

홍순명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유기적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로 삼아 지난 10여 년 동안 그려 온 2천7백여 점의 풍경화를 배치한다. 이 연작은 지난 10년간의 사회사가 되며 전체를 이룬다. 그는 수많은 반복을 통해 자신만의 호흡법을 발견하며 다양한 회화의 테크닉을 시도한다. 가령 바다를 그린다면 어떤 이는 넓은 수평선을 그릴 것이고, 어떤 이는 거친 파도를 그릴 것이고, 또 다른 이는 태양빛이 반사되는 반짝이는 바다를 그릴 것이다. 나는 바다의 작은 조각들을 그려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파도의 끄트머리 하나하나, 쓸려 다니는 조각난 해초, 큰 물고기에게 먹힌 작은 물고기의 살점 등 수많은 바다의 조각들을 계속 그려 나가다 보면, 작은 바다의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어느덧 거대한 바다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_홍순명작가 노트에서 발췌

홍순명_스펙터클의 여백展_미메시스 아트 뮤지엄_2014

최근작 「아쿠아리움-1402Aquarium-1402」는 작가가 직접 촬영한 여수 아쿠아리움의 흰 고래 한 마리를 같은 크기 캔버스 91개에 나누어 담은 것이다. 인공의 물을 거대한 바다인 양 헤엄치는 조각난 한 마리의 고래처럼, 우리가 안다고 믿는 「진실」도 실은 수많은 조각들이라는 것이며, 그 수많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현실을 만든다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홍순명의 예술이 주목하는 세계는 쉴 새 없이 변해 가는 부분들로 이루어진 전체다. 그의 예술은 하나로 정의 내릴 길 없는 연속체로 다가온다. 하나의 진실만을 요구하는 세계에 대응하는 홍순명의 예술은, 이러한 세계가 다만 순간적이며 부분적임을 강조한다. 단 하나의 고정된 리얼리티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인간이란, 변화하는 세계를 기록하는 척도이며, 「지금 이곳」이라는 개개인이 갖는 변화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리얼리티의 기준이 된다. ● 20세기에 이르러 여러 차례 「회화의 종말」이 선언되었음에도 회화는 살아남았다. 카메라의 출현과 영화의 발달, 인터넷의 상용 속에서도 회화는 자신만의 새로운 형식을 발견해 왔다. 홍순명의 세계관이 여실히 반영된 그만의 회화 스타일은 아카데미즘에 기반한 장인적 회화 스타일을 전복한다. 19세기까지 전통적 회화가 손으로 만져질 것만 같은 꼼꼼한 실체 묘사를 통해 대상의 모방적 재현을 추구했다면, 홍순명의 회화는 손으로 쉽게 만질 수 없는 형체가 뚜렷하지 않는 상태를 담는다. 얼핏 부주의하고 피상적으로 보이는 대상 파악과 얇은 붓칠, 아무렇게나 함부로 그린 듯한 형태들, 빛과 공기가 떠도는 분위기. 이러한 테크닉은 모든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해 간다는 작가의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견고하고 단단한 것에는 거짓이 있기 마련」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홍순명의 회화 속 이미지는 끊임없이 부유하며 미끄러진다.

홍순명_스펙터클의 여백展_미메시스 아트 뮤지엄_2014

이번 전시는 「사이드스케이프」 연작과 함께 「메모리스케이프memoriscape」라는 타이틀의 신작설치 작업들도 함께 한다. 밀양의 송전탑 문제나 여수의 기름 유출 사고, 포천의 포격 연습장 등의 현장에서 쓰레기처럼 뒹굴고 있는 물건들을 수집하여 일련의 오브제로 만든 것이다. 어설프게 서 있는 유기적 형태의 조각물 내부는 매스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소소한 사연이 담긴 사물들로 채워진다. 관객은 물체 고유의 형태가 사라진 또 하나의 구조물을 전시장에서 위태롭게 마주한다. ● 홍순명의 이번 전시는 매스 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한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 스펙터클의 이면을 담는다. 작가는 매스 미디어가 전달하는 「객관적 사실」이란 실은 재구성된 가상 현실임을 폭로한다. 매스 미디어의 권위에 저항하기란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홍순명의 「메타-풍경」은 제 스스로 놓치고 있는 매스 미디어의 여백을 시각화하여 그 이면을 포착하고 있다. ■ 양지윤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광의 향연과 함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빛으로 미술관」으로,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변합니다. Mimesis Art Museum is 「Museum with Light」,which offers unique experience to view the artworks under the natural lighting. Opening hours are subject to changes depending on seasons.

* 뮤지엄 관람시간 Opening Hours 동지기(冬至期) Winter Season_화~일요일 10:00am~05:00pm 하지기(夏至期) Summer Season_화~일요일 10:00am~07: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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