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라는 부유–파편을 매만지는 분절들

박치호展 / PARKCHIHO / 朴治浩 / painting   2014_0801 ▶ 2014_0814

박치호_Floating_천에 혼합재료_130.3×97cm_2014

초대일시 / 2014_080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쿤스트독 갤러리 KunstDoc Gallery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초월적인 토르소들. ● 박치호의 회화적 관심은 토르소(torso)에 집중되어 있다. 일면 수구적이고 단편적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입장이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토르소 회화를 대면하는 순간, 그 주변으로 몰려드는 몽상적인 파편들 때문이다. 때로 그 파편들은 부조리한 환영으로, 생소한 위기감으로, 실존의 파기된 코드로 현현(顯現)한다. 지엽적인 것들, 실은 인간의 태도, 사유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들이 사라져버린 토르소가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환기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타포(metaphor)가 된다. 이 메타포는 기원적 존재와의 관계를 이끄는 담론을 예비케 하는데, 도대체 팔, 다리, 머리 부분이 없어 실천적 흔적을 가늠할 수 없는 토르소가 존재의 기원을 모방하는 대리물이기라도 한 것이라는 말인가? ● 토르소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그 개념의 발생을 찾을 수 있다.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 자체의 본질의 시원(始原)이 변함없이 지속한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공간의 부침에 따라 일부가 훼손된, 그래서 본래의 이미지가 분절된 상태의 인체조각을 토르소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듯 고대의 인체조각은 로고스적 인간을 지향한다. 당연히 높은 차원의 이상적인 인간상의 구현이 저변의 목적이었다. 정신과 물질성이 완벽하게 결합된 상태를 지향하는 고대의 인체상에 비해 토르소는 결함과 손실의 구조에 가깝다. 따라서 토르소에 대한 개념의 발견, 발생은 역설이다. 토르소는 팔, 다리, 머리가 없는 몸통조각을 뜻하지만, 완전성을 포괄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르소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부터다. 일반적으로 토르소의 개념적 완성은 벨베데레의 토르소에 닿아있다고 믿어진다. 벨베데레는 벨베데레의 조각정원을 칭하며 이 정원은 15세기, 교황 율리우스 2세가 고대의 조각들을 수집해서 조성했다. 벨베데레의 토르소는 라오콘상과 함께 이곳의 중요한 컬렉션 중 하나다. 벨베데레 토르소가 공식적으로 나타난 후 그 멸실된 인체의 나머지 부분을 둘러싼 갖가지 스캔들은 거의 신드롬처럼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연루된 사람들만 해도 쉴러, 빙켈만 같은 저술가와 고고학자, 그리고 미켈란젤로, 로댕, 루벤스 같은 위대한 작가, 그 외의 수많은 해부학자 등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그 토르소의 나머지 부분을 유추하며 온갖 가설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은 실재와 부재의 대립이었고 현전과 상상력의 결합이었다. 결국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이아스가 벨베데레 토르소의 정체였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문제는 그간의 논란과 상상력이 만들어지게 된 방식이다.

박치호_Floating_천에 혼합재료_130.3×97cm_2014
박치호_Floating_천에 혼합재료_130.3×97cm_2014

칸트에 의하면 상상력은 "대상을 그 현전이 없어도 직관 속에서 표상하는 능력"으로 설명된다. 또한 콜리지(Coleridge, S. T.)에 의하면 상상력이란 이성을 감각적인 심상(心像)과 합체시키는 능력으로서 이념화하고 통일화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나아가 상상력이란 종합적이고 창조적인 체험들이 자발적으로 이념화되고 실재화하여 청신감과 경이감을 유발, 인류 문명‧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능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벨베데레의 토르소를 중심에 두고 일어난 일들은 어떻게 상상력이 작동하는지, 그 상상력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그 여파는 예술적인 진전을 추동하며 그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는지 등의 논의를 실제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연상의 법칙에 따라 표상들을 결합하는 재생적 상상력과 지성의 규칙에 따라 표상들을 결합하는 산출적 상상력이라는 상상력의 형태들이 예술 및 예술행위와 맺는 개연성에 관한 공리의 진전도 이뤄냈다고 믿어진다. ●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논점이 되는 부분은 조형적인 결과가 지향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에 대한 복무인가"이다. 이것은 조형적인 결과가 미학적인 가치를 획득하는 방식과도 연관된다. 미술이 이념이나 가치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술에서의 상상력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일정한 법칙과 연관되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며 이것은 미술의 역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벨베데레의 토르소를 두고 벌어진 쟁점의 요체는 부재가 실재를 압도하며, 현전이 비합리적인 이마고(imago)를 불러냈다는 것인데 그 사이에 상상력이 놓여진다. 그 과정에서 이념적이거나 교조적인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시공간의 증식, 용해, 확산, 재구성 등과 같은 예술적 상상력의 절차를 거듭했다고 확인된다. 특이한 점은 토르소의 개념이 확정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이고 상상력 역시 르네상스 이후에 비로소 인간의 초월적 경험으로, 인간의 정신활동에 대한 가능성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르네상스 이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영향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세계를 인간중심으로 재편했다는 사실과 상통한다. 즉, 예술적 상상력은 어떤 기점에, 속박에 얽매어 있지 않은 인간적인 매개가 주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증대되며 그 결과는 인간적 세계의 지평을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박치호_Floating_천에 혼합재료_130.3×97cm_2014
박치호_Floating_천에 혼합재료_130.3×97cm_2014

박치호가 그 회화에 토르소를 등장시킨 배경에는 현대사회의 부가적이고 현혹적이며, 순수한 상상력의 발현을 억제하는 온갖 수식들에 대한 통찰이 놓여있다. 이런 관점은 현대사회의 가치체계에 대한 의문과 연결된다. 현대사회의 모습은 위계가 동일한 지배질서에서 벗어나 있다. 정합성과도 부딪힌다. 지엽적이고 단기적인 전망에 몰두한 결과, 실존의 원칙과 상관없는 뜬금없는 존재와 가치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무질서하고 체계적으로 통합되지 않는 상황은 대상의 진정한 실체를 불식한다. 나아가 임의의 환상을 가공해낸다. 박치호가 바라보는 현대사회는 이처럼 가공의 미장센들이 본질을 호도하는 삼류무대로 나타난다. 이런 상태의 세계란 진정한 헤게모니의 결핍으로, 정체가 불분명한 흔적들의 과잉으로 표상된다. 어떤 경우에도 실존을 반영해내지 못하는 형국으로 치닫는다. 따라서 그 결과, 박치호의 토르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수식을 억제하고 태도를 멈춘 정지상태가 되며 그 행간을 따라 예술적 상상력이 복원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 박치호의 토르소는 발생기원과 목적은 다르지만 환원적인 입장에서, 전제한 벨베데레의 토르소가 도출한 상상력의 궤적을 따르고 있다. 그 토르소들은 현실적으로 약화된 기표로써의 현전이지만 그 배후에 폭넓은 여백을 둠으로써 오히려 지평이 확장된다. 즉 박치호의 토르소들은 그 배후의 지평 위에서 감춰져 있거나 사라져 간 흔적들을 쫓아가는 과정이 하나의 큰 맥락이 이루어질 수 있게 구성된 셈이다. 따라서 각각의 토르소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고 박치호의 진술과 같이 삶의 부조리한 총체적 덩어리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치호의 토르소에 깃들어 있는 진의는 맥락들 사이에서 떠돌다가, 관찰하는 입장의 예술적 상상력에 힘입어 비로소 좌표를 확정짓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 사실은 박치호의 토르소가 임의의 회화적 오브제로써 선택된 것이 아니라 갖은 수식과 형용들을 감추거나 버림으로서 나타난 고도의 상징을 담지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 홍순환

박치호_Floating_천에 혼합재료_130.3×97cm_2014

Transcendental torso ● The focus of Park Chiho's picturesque character is the torso Looking at the picture, you can feel the torso's intensity, even though it could be regarded as merely a fragmented object. Sometimes, the fragment appears to be an irregular image and could be seen as a metaphor, despite the absence of key features crucial to determine human attitude and thoughts. Without features like the arms, head and legs, how does the image of the torso suffice? ● Torso Art originated in the middle ages in Italy. Interestingly, this style is largely unchanged throughout history. While the perspective of human body art aimed to achieve a perfect combination of mind and substance, the torso remains a flawed and damaged structure, so the appearance of the torso is a paradox. ● The concept of the torso being an artistic focal point was popularized by Apollo Belvedere. The word 'torso' itself has been around since the Renaissance. The torso of Belvedere is past of an important collection including Laocoon's statue. The main issue of Modern Art is "what does this serve?", "what is its aesthetic value?" Art is not the way to produce and deliver ideology or value. The key factor in the dispute over Belvedere's torso was that the absent physical features overpower realism and arouse irrationality. There was no trace of ideology or doctrinaire in its creation ● The concept of torso art has been developing since the Renaissance, when imagination became applied as a crucial part of human mental activity. Artists were free and were able to reorganize the world anthropocentrically. In other words, artistic imagination is extended past the point of restriction and the result extends the perspective of human society. ● The background of his work demonstrates his insight into modern society, as if a rank is broken in our society. People focus on a narrow minded and short term outcome, so values that do not relate to basic principles of existence fall by the wayside. However, this artist's intentions are different, despite staying true to the imagination of Belvedere's work. This torso appears weaker, but the change in perspective leaves a void. ● That is to say that his torso is tracing hidden or disappeared tracks. Clearly each torso, as a portrait of an individual in the midst of the mess of life.Torsos are not chosen randomly as objects. Works like this one show that they contain high symbolism. ■ Hong sun hwan

Vol.20140802e | 박치호展 / PARKCHIHO / 朴治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