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는 점 melting points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재들이 녹아 관객과 만나는 접점들 Points of Melting Analog and Digital Media展   2014_0822 ▶ 2014_0919

초대일시 / 2014_0822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화슬_이영민_채진숙_김정훈_고운이_최미나

관람시간 / 12:00pm~06:00pm / 목요일_12:00pm~08:00pm * 주말 및 공휴일_예약제 관람

운이아트 갤러리 WOONYART GALLERY 서울 양천구 중앙로 57길 42(신월2동 452-10번지) Tel. +82.2.6402.0079 www.woonyart.com

녹는 점: 고체에서 액체로 상태 변화가 일어날 때의 온도, 물질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 ● "컴퓨터를 붓처럼 물감처럼 사용하는 작가들과 재료 중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재료인 흙과 금속을 이용하는 작가들이 만나서 서로 영향을 받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전시를 기획한 채진숙 작가의 말이다.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 6명이 모여 2014년 2월부터 7월까지 5차에 걸친 워크샵을 통해 각자에게 익숙한 재료들의 사용 기법과 원리를 서로에게 가르쳐 주고 배우는 과정을 가졌다. 미디어아트, 인터랙티브아트, 도자공예, 금속공예, 회화, 정보예술 등 분야도 다양하다. 작가들은 이전에는 접해 보지 못 했던 재료들을 다루어 보면서 부분적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음은 참여 작가들의 이전 작업과 워크샵 경험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채진숙_Air Castle_접시에 드로잉_지름 27cm×4
채진숙_Air Castle_접시에 드로잉_지름 27cm×4

아날로그와 디지털,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6명의 작가들채진숙 (서양화, 미디어아트): 빛에 관심이 많이 있다. 빛으로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에서 모니터나 프로젝터를 사용한 영상 작업을 하게 되었다. 금속공예 워크샵에 참여했을 때, 아주 작은 은이 녹아 동판 틈을 타고 내려가며 깨끗하게 땜을 하게 되는 장면이 기억난다. 도자기에 드로잉을 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것을 발전시켜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도자기 위에 도자 펜슬과 금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서 구워 내는 것은 마치 흙에 엄청난 온도를 쏟아부어 단단한 생명력을 지니게 하는 것 같아 무척 매력있게 느껴졌다.

김화슬_-melted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4

김화슬 (인터랙티브아트): 언제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습기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장마철이 되면 마르지 않는 빨래나 특유의 꿉꿉함으로 유난히 그 존재를 드러낸다. 제습제의 원료인 염화칼슘은 주위의 수분을 흡수하면서 물로 변화하고, 열을 방출하며 어는 점은 낮추며 건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염화칼슘이 수분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상태로 변화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생성해 내는 것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 변화의 과정을 주제로 작업한다.

최미나_하늘색 꿈을 꾸었습니다._시멘트, 정은, 혼합재료_14.8×8.8×1.5cm_2014

최미나 (금속공예): 골목의 벽 풍경에서 받았던 인상을 토대로, 장신구 또는 벽에 거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금속은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고, 표현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재료들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워크샵을 통해 익숙한 도구와 익숙하지 않은 도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게 흔한 도구가 다른 전공자에게는 새롭다는 것. 내가 가진 도구의 가능성과 나의 표현 영역의 가능성도 더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미술 영역이라는 것. ● 고운이 (도자공예): 도예는 흙을 재료로 하여 다양한 조형을 하는데, 그 중에서 주로 도자벽화(건축도자)와 도자디자인 제품을 제작했다. 점토(흙)는 1250도의 고온을 거치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식기로 완성된다. 이 같은 온도는 많은 재료를 녹이면서 그 재료의 특징을 잃게도 하지만, 흙은 각 흙에 따라 녹는 온도에 도달해야지만 사용할 수가 있다. 따라서 내가 사용한 재료인 흙은 녹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처음 미디어 작업들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깨끗함이었다. 도예는 정말 처음에는 먼지와 같은 흙으로 시작해 식기가 되는 대반전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반면, 미디어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정확하고 깨끗함이 느껴졌다. 같은 시각적인 예술 행위임에도 나에게는 시각 영역의 확장이 이루어진 것 같다.

김정훈_Eywa , 에이와_혼합재료, 인터랙티브 미디어설치_240×100×90cm_2014

김정훈 (미디어아트): 미디어 아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평면적 비디오 작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비디오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공간과 움직임 속에서 입체적으로 작품을 표현하려고 한다. 첫 워크샵이 참 기억에 남는데, 물레를 돌려 보고 손의 감각을 통해 힘을 조절하며 흙을 누르고 잡아당기는 체험이 새로웠다. 중고등학교 이후에는 거의 접한 적이 없는 흙이라는 소재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금속 워크샵 때 쇠를 자르면서 힘이 빡! 들어갔던 부끄러운 내 손도 기억나고... 피지컬한 작업을 해보겠다 하면서도 기껏 모터 돌리는 게 전부였던 걸 생각하면, 워크샵을 통해 재료가 갖는 느낌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 이영민 (인터랙티브아트): 컴퓨터 비젼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카메라 기반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시도 중이다. 입력 영상의 픽셀값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기하학적으로 재배치한다. 자연의 빛을 내 손 안에 잡아 두고 평면으로든 입체로든 원하는대로 뿌리는 작업은 아무리 반복해도 신기하다. 관객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한다. 강요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은 관객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개입이다. 섬세한 튜닝 감각을 얻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적인 소재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공간 안의 작은 공간들의 촉감 ● 전시 장소는 원래 고운이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함께 27년 동안 살아온 집을 개조해서 갤러리로 개방한 곳이다. 외관은 갤러리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적인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준다. 먹고 자고 만들던 흔적을, 지우고 버리고 바꾸어 다시 만들었다. 기본 구조가 단독 주택의 형태라 복합 건물에 비해 숨겨진 공간들이 많다. 이는 작가들에게 의외의 영감을 주었다. 수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모일 때마다 작가들은 마치 아이들처럼 구석구석을 누비며, 작은 공간들을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 발견하고 탄성을 지르고 비밀을 공유하고 수집했다. 그러는 동안 관객의 동선과 시야 이외에도 벽과 바닥의 질감 등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에 따라 개별 작품들의 재료 역시 처음의 구상과는 다르게 바뀌어 갔다. 전시 공간과 작품의 소재 역시 서로 녹아들게 된 것이다. 말랑말랑, 추적추적, 찰랑찰랑, 바짝바짝, 스르르릉, 삐리리릿 ● 펜과 금가루로 그린 날아가기 쉬운 그림을 불에 굳힌 순간들(채진숙),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는 축축한 빨래의 물기(김화슬), 얇고 날카로운 금속으로 기억에 새긴 '하늘색 꿈'(최미나), 푸석푸석한 가루로 만든 촉촉한 반죽이 단단하게 구워진 흙(고운이), 금속 실에 흐르는 미세전류를 감지하여 소리로 재생하는 전자 회로(김정훈), 카메라로 들어온 빛의 색상을 분해하여 프레임마다 변화하는 형태를 그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영민) 등 다양한 소재들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구분 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넘어서 그 물성 자체로 환경이나 관객에게 시시각각 감응한다. ■ 이영민

Vol.20140822d | 녹는 점 :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재들이 녹아 관객과 만나는 접점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