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ing with Landscape

임희성展 / YIMHEESEONG / 林希星 / painting   2014_0902 ▶ 2014_0929 / 주말,공휴일 휴관

임희성_Tree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220×12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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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0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루 ART SPACE LOO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10번지 Park110 빌딩 B1 Tel. +82.2.790.3888 www.artspaceloo.com

모던산수(Modern landscape) ● 의식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늘 어딘가로 흐른다. 그 의식은 어떠한 '대상'을 만나 머무르게 되고 그 '대상'은 의식이 '인식하는 방식' 대로 개인에게 개별화된 '대상(對象)'으로 인식된다. 이것을 '현상(現象, phenomenon)'이라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는 개인의 신체 의존적인 의식 연구를 통해 현상학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본질'에 도달하는 방식의 비정형적이고 상호관계적인 다양성과 무한함을 전제하여, '논리'와 '이성'으로 인식된 세계가 우리 개개인이 실존하는 세계보다 더 진리에 가깝지 않을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다양하게 분열된 의식은 오히려 '본질'에 더욱 근접 가능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따라서 개인의 존재(신체, 감각 등)를 기반으로 인식된 현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연구한다면, 하나의 현상에 대한 '본질'을 바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문을 발견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 우화 중 맹인모상(盲人模象) 또한 하나의 잣대로는 '본질'에 대한 인식 왜곡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임희성_Landscape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120×180cm_2014
임희성_Chair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120×80cm_2014
임희성_Landscape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90×60cm_2014

이처럼, '현상'이 도출되는 경로는 예술의 본령과 닮아 있다. 창작의 '과정'과 '결과물' 이라는 '현상'은 작가 개인의 의식이 신체라는 감각기관을 빌어 대상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작가의 인식을 통해 포장 가공된 '현상'은 '매체'라는 형식을 빌어 작품에 투사(投射, Projection) 되는 것이다. 임희성작가가 생산해낸'현상'은, 작가가 선택한 '산수'라는 전통적인 소재나 '모터'라는 산업 기계적인 재료 중 그 어느 것 하나가 작품에 지배적으로 군림하지 않고 작가의 신체적 행위를 오롯이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오히려 다층적인 다양한 시선이 오갈 수 있도록 동등하게 제시하고 있다. 임계 점에 도달한 줄 알았던 '산수'라는 소재에 작가적 투사를 더해 새로운 몸피로 탈태시키는 동시에, 작가의 손맛이 전혀 없어도 비판의 도마에 올라갈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오늘날의 현대미술에서, 기계 모터라는 또 하나의 심장을 장착하여 '두 개의 심장'으로 역동적인 작품을 생산하는 힙한 요소를 적절하게 차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 이라는 전통적인 회화 요소에 대한 천착은, 신체를 통한 작품 구현에 대한 작가만의 '현상학'적인 신념이 담겨있다. 물론 한국화라는 동시대 작가로써의 장르적 고뇌 가 함께 녹아있다. 기계 모터를 움직이는 주체로써 작가의 신체는 전통적 매체인 붓을 운용하는 작가의 신체 사이에 오는 '간극'의 현대적 해석으로 여겨진다.

임희성_Landscape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120×80cm_2014
임희성_Landscape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60×120cm_2014

작품에 등장하는 '선(線, line)'은 먼저 아크릴판에 조각칼이나 끌 등으로 상감기법과 흡사한 음각으로 파여진 선으로 파편화된 색면에 싸여 등장한다. 파 내려간 내부 경사를 타고 안료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여 원근의 그러데이션과 함께 준법에 색다른 유형을 제시한다. 두번째 '선'은 전동드릴을 도구 삼아 여러 가지 드릴날의 경사각과 여유각 등을 작가의 신체를 통해 아크릴판 표면에 자유자재로 운용한 현대적 준법으로 나타나며, 마지막으로 아크릴판을 뒤집어 붓에 색을 입혀 전통적 필선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선'은 점이 무한이 반복되어 이루어짐과 동시에 시간의 응축을 함유한다. 전통과 동시대라는 시간의 경계에 서 있는 작가의 무의식적 고뇌가 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반복으로 화면에 개입되고 있음이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선'을 향한 지엽적인 시선을 거두고 두어 발작 뒤로 물어나면 작가의 투사의 시발점이 된 일상사물의 형상을 발견 할 수 있는데, 이는 작품에 대한 수고스러울 만큼 관찰을 한 관람객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다.

임희성_Landscape_아크릴보드에 아크릴채색_120×180cm_2014

수많은 산수를 향한 와유강산(臥遊江山)의 욕망은 작가 작업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의자를 응시하기 시작하여, 어느 순간 응시하던 자아를 놓아버리고 산수 세계에서 노닐고 있는 작가 스스로를 인지한 후 얻은 깨달음을 예술적 효과로 승화된다. 달을 가르킨 손가락을 응시(견지망월: 見指忘月)하던 순간의 경계를 넘어 달에 시선이 머물기도 하고 다시 손가락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줌인-줌아웃의 시선은 나의 의식을 객(客)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의식의 자유라는 쾌락을 맛보게 해준다. 역사인식의 무게,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무의식은 역으로 그만큼 의식의 틀에 매여 있다는 반증이었지만 이를 통해 냉정한 인식의 기쁨을 준다. 산수라는 소재의 해체, 검열, 분해와 재구성을 통해 작가는 직관적으로 자아를 재인식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느껴본다. 예술가의 창작은 칼날 같은 경계 선상의 고민에서 출발된다는 것을. 또한 우리는 작가가 구현해낸 현상을 통해 다시 한번 '예술'의 '본질'을 한 수저 더 맛본다는 것을. ■ 박지향

Vol.20140903g | 임희성展 / YIMHEESEONG / 林希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