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친숙함 Das Unheimliche

김잔디展 / KIMJANDI / 金잔디 / painting   2014_1023 ▶ 2014_1112 / 월요일 휴관

김잔디_Anglers_리넨에 유채_60.6×300.6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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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잔디 블로그_www.jandikim.blogspot.com

초대일시 / 2014_1023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알떼에고 alter-ego 서울 마포구 망원동 399-44번지 www.facebook.com/spacealterego

낯선 장소에 대한 노스탤지어 ● 김잔디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그린다. 아니, 어쩌면 낯선 공간을 익숙하게 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시 제목 『낯선 친숙함(Das Unheimliche)』은 그의 작품에 나타난 공간의 이중적 표상을 암시한다. 프로이트는 1919년에 발표한 글 Das Unheimliche에서 두렵고 낯선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운하임리히'라는 단어를 분석적으로 사용했다. 당시 프로이트는 일종의 "목적을 억압당한 감정들"과 그러한 "억압된 것의 회귀"에 따른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독일어 단어 '집과 같지 않은(unheimlich)'에 주목했다. 이 단어는 명백히 '집과 같은(heimlich)'의 반대어지만, 프로이트는 '하임리히'라는 단어가 지닌 사전적 의미들 중에는 그와 상반된 '운하임리히'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처럼 프로이트가 정의한 '운하임리히'는 수수께끼처럼 매우 양면적이다. 이는 오래 전부터 익숙했던 것이 억압되었다가 되살아나면서 이상하게 불안을 일으키게 되는 모순된 감정의 경험을 설명해준다. 김잔디는 그러한 정신분석학적 용어와 개념을 자신의 작품이나 전시제목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때때로 일상의 익숙한 공간이 유발하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감정에 다가갔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 제목 뿐 아니라 그의 작품 시리즈 「Uncanny House」(2007-2009)-프로이트 글의 영역본에서는 운하임리히가 '언캐니(uncanny)'라는 말로 번역됐다-에서 보듯, 그는 공간 혹은 장소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주제를 지속적으로 공유해왔다.

김잔디_Anglers_리넨에 유채_60.6×300.6cm_2014_부분
김잔디_Floating house_리넨에 유채_50×110cm_2013
김잔디_Newly Painted_리넨에 유채_60.6×150cm_2014

집, 익숙한/익숙하지 않은(un/familiar) ● 사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김잔디는 이 언캐니한 풍경에 이끌려왔다. 그는 자신의 유년의 기억 내지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현실의 불안한 심리가 투영된 상상의 장소인지 조차 모를 그 "익숙한/익숙하지 않은(un/familiar)" 풍경에 사로잡혀 있다. 프로이트가 운하임리히를 설명하면서 접두어 "un"을 "억압의 상징"이라 말한 적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김잔디의 캔버스 속 공간들은 꽤 익숙하지만 현실에서는 소외된 것으로써 억압된 것에 대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그는 종종 "낡고 기이한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상하지만 특별한 느낌을 얻어오곤 했다."(작가노트) 이처럼 일상의 평범한 경험이 느닷없이 과도한 자극을 일으키면서, 우리는 간혹 심리적으로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김잔디는 바로 그 낯선 순간이 보내는 자극과 신호들을 재빨리 알아차린다. 프로이트가 상징적 기호로서 운하임리히라는 언어의 역설적 함의를 통해 비언어적인 심리적 메커니즘을 분석해냈다면, 이제 김잔디는 그 실체 없는 언캐니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듯 수수께끼 같은 공간을 찾아 캔버스 위에서 강박적으로 되살린다. ● 과거, 그는 「Uncanny House」 연작에서, 집과 관련하여 자신이 수집한 여러 장의 사진 위에 색을 덧칠하거나 형태를 덧붙이면서 원본을 조금씩 변형시켜 놓았다. 붓자국을 잔뜩 남겨둔 캔버스의 표면 너머로 보이는 집의 형태는 개인의 오래된 기억만큼이나 불완전해 보였다. 이어 「Floating House」(2013) 연작에서도 그는 집을 그렸는데, 고립된 듯 물 위에 부유하고 있는 건축물들은 덤불에 뒤덮인 폐허이거나 인기척이 없는 텅 빈 공간임을 자처했다. 작가는 집으로 대표되는 그 건축물들을 매우 이중적인 공간의 표상으로 다뤄왔다. 집에 대해 우리가 공감하는 친숙하고 편한 감정은 일련의 의미 변화를 거치면서 은폐되고 비밀스러운 낯선 감정으로 대체되면서 마침내 이중의 의미를 끊임없이 왕복하게 된다. 요컨대, 모성적 공간으로서의 집이 보장해주는 친숙하고 안전함에 대한 신뢰는 그것이 또한 죽음과 상실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김잔디는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보호와 은폐의 위협이 모호하게 뒤섞여 있는 집에 대한 이중의식을 집요하게 반복해 왔다.

김잔디_After Rain_리넨에 유채_60.6×140cm_2014
김잔디_Second Picnic_리넨에 유채_33×77cm_2014

기억, 부재에 대한 향수 ● 이제 그는, 갑작스럽게 멜랑콜리한 향수에 빠져들게 하는, 일상의 우연한 장면들과 그 속에 은폐된 과거의 기억들을 되살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무심할 정도로 익숙한 일상의 가면을 쓴 채 철저히 은폐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김잔디는 「Newly Painted」(2014)라는 제목으로, 노란 담벼락 위의 철조망을 타고 메마른 넝쿨이 자라고 있는 적막한 풍경을 그렸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란 색의 매우 평면적인 담벼락은 죽음과도 같은 텅 빈 부재(absence)를 명시하지만, 푸릇푸릇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넝쿨과 이끼의 흔적이 결코 소멸되지 않는 기억의 단서처럼 일상의 정적을 뒤흔든다. 마찬가지로 「After Rain」(2014)과 「Second Picnic」(2014)을 보면, 풀들이 아무렇게나 자라난 버려진 공터와 거대하고 삭막한 산동네의 축대를 배경으로 한 두 개의 풍경은 각각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공간에 대한 양가적 환영에 더욱 가깝다. 특히 「Second Picnic」은 이장호 감독의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의 한 장면으로, 작가가 기억하고 있는 영화 속 풍경을 그대로 묘사했다. 미장센처럼 영화의 인위적인 장치에 의해 조작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하필 삭막하고 가파른 축대 밑에서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의 모습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 걸까. 어쩌면 정체를 쉽게 알 수 없이 상상적으로 결합된 그 기억은, 불안하고 낯선 풍경과 불확실한 욕망이 뒤섞여버린 채 수수께끼 같은 장면으로 은폐되어 왔을지도 모른다.

김잔디_Untitled_종이에 유채_40×20cm_2014
김잔디_Smoker(Shinko)_리넨에 유채_33×77cm_2014

한편 「Untitled」(2014) 연작에서 작가는, 가파른 산의 능선을 따라 빗물이 안전하게 흐르도록 하는 직선의 배수로를 그렸다. 「Playing」(2008)은 주택가 끝에 세워진 거대한 축대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 위태로운 풍경을 담고 있다. 대부분이 그의 유년 기억에서 가져온 장면들이다. 유년 시절,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비탈길, 축대, 미끄럼틀, 교각 등에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보였다. 수직적인 형상에 대한 공포심을 위장하기 위해, 그는 그의 그림 안에서 수평적으로 흐르는 물이나 식물, 혹은 그것을 오히려 유희하는 사람들과 복잡하게 뒤섞여 놓았다. 이를테면, 그의 작업에서 과장된 원근감과 대조를 이루는 적막한 강물, 가파른 수직의 경사면 위로 아무렇지 않게 자라난 수평의 덤불, 거대한 댐에서 쏟아져 내리는 요란한 물살과 그것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들의 정적인 뒷모습, 삭막하고 희뿌연 담장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모습 등은 언뜻 옛 기억의 향수를 불러오는 듯 하지만, 동시에 그 기억 속에 위장 또는 은폐되어 있던 공포와 불안이 이내 화면 위를 뚫고 나올 것 같다. 이러한 이중적인 양가감정(ambivalence)은 작가가 선택한 전시 제목인 '낯선 친숙함(Das Unheimliche)'과 통한다. 그의 작업은, 마치 일종의 말장난처럼, 집과 같으면서 집과 같지 않은 심리적 공간에 대한 은폐된 기억과 낯선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 안소연

Vol.20141023d | 김잔디展 / KIMJANDI / 金잔디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