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Antarctica

이병수展 / LEEBYUNGSU / 李秉洙 / video.photography.installation   2014_1030 ▶ 2014_1130 / 월요일 휴관

이병수_해피 캠퍼_HD비디오_00:08:20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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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 홈페이지_www.leebyungsu.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공간 291 SPACE291 서울 종로구 부암동 29-1번지(백석동길 93) Tel. +82.2.395.0291 space291.com

시작은 시작되지 못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이병수 작가의 개인전 「Made in Antarctica」의 출발은 약 2년여 전 작가와 필자가 남극 프로젝트(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의기투합한 순간부터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신청조차 할 수 없었던 조금은 슬픈 끝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 시작점이 어디였던 간에 작가는 시작하지 못한 이야기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남극에 가기 위해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난관에 부딪혔던 것은 우리가 남극으로 가야하는 당연한 이유와 목적을 찾는 것이었다. 기획자와 작가는 각각 접근 방식과 생각하는 주제가 달랐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남극을 가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남극에 가야지만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일까? 남극에 가기 위한 연구의 시작은 이렇다. ● 남극과 북극에 대한 연구 및 관리의 총괄은 해양수산부 소속 산하기관인 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에서 진행한다. 극지연구소는 극지 환경 연구 및 지구 환경 변화 연구, 생물과 자원의 탐사 및 각종 기술 실험과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남극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정해진 양식에 따라 연구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고 신청한다. 이병수는 실제 사용되고 있는 연구 보고서 양식을 그대로 빌어 와 예술 활동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는 틀로 사용했다. 「극지 예술 연구소」의 과학자와 같이 객관적인 자료와 관찰 분석이라는 논리가 아닌 상상력과 실천의 형태로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연구 프로젝트의 수장이 된 작가는 극지 활동에서 '극지라는 비일상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상상력의 여지를 다양한 매체로 시각화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 연구를 이끄는 리더이자 연구원으로 분한다.

이병수(관악무브 협업)_스쿠아의 공격을 예술적으로 대처하는 7가지 방법_HD비디오_00:04:00_2013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한 명이 아니듯이 본 프로젝트의 연구 또한 작가 혼자가 아닌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그 중 「스쿠아의 공격을 예술적으로 대처하는 7가지 방법」 은 퍼포먼스 팀인 '관악무브'와 함께 했다. 스쿠아는 우리나라말로는 도둑갈매기라고 불리는 새로 남극에는 남극 도둑 갈매기와 갈색 도둑 갈매기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다른 바다 새가 사냥한 먹잇감이나 펭귄의 먹이, 알을 훔쳐 먹고 살아간다. 습성은 난폭하고 거칠다. 남극에 가게 되면 누구나 한번은 마주치게 되는 스쿠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관악무브'는 상상력과 유머로 경쾌하게 풀어낸다. 굉장히 진지한 듯 보이지만 기실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운 이들의 대처방법은 일종의 생물 연구 보고서다. 다른 연구원인 이은경은 마치 백야의 남극에서 보이는 달의 궤적을 담아낸 것 같은 「남극의 달」을 완성했다.

이병수_남극에서 인사드립니다_잉크젯 프린트_58×80cm_2014

연구에 앞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인 남극에 가기 위해서는 여러 훈련이 필요하다. 이병수 작가는 「해피 캠퍼」를 통해 실제로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하는 훈련을 실험한다. 그 안에서 머리에 하얀 통을 뒤집어 쓴 채 줄에 의지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짐짓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훌륭한 예술가가 되기에 아무런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이 훈련은 '남극의 숙련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예술가 또는 미래의 숙련된 남극의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통해 진지하게 진행된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연구소라는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숙련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 ● 궁극적으로 「해피 캠퍼」의 훈련이 조직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활동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면, 「폐쇄된 위계」는 남극 기지의 조직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조직도를 통해 남극이라는 축소된 작은 세계 안의 생존과 목적 수행에 걸맞은 최소한의 인원 구성과 조직이 무엇인지 시각화된다. 남극에서 겨울을 나는 월동대원은 연구원을 제외하고 중장비기사, 전자통신요원, 발전요원, 전기설비요원, 기계설비요원, 조리사, 의사이다. 예술가는 연구원도 아니고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사람도 아니다. 조직도의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도를 그려 어딘가에 포함시키려 할수록, 아무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예술가의 불완전한 위치는 더욱 도드라진다. 「폐쇄된 위계」는 남극이라는 상황에 빗대 이 세계 안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다시 질문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병수_남극 예술활동 연구_B5 프린트 설치_2013~4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극에는 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남극에서 우리에게 한 통의 엽서를 보낸다. 이메일이 흔하지 않던 시절 추억을 위해 관광명소의 사진이 선명히 박힌 엽서를 소중한 누군가에게 써내려갔던 것처럼 마치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 같은 남극에서 작가는 한 통의 엽서를 보낼 수 있도록 전시장 한편에 남극에서 보낼 수 있는 엽서를 마련했다. 「남극에서 인사드립니다」의 엽서 속 이미지는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수집한 남극 이미지와 여행하는 사람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수집한 것이다. 웹은 서울과 남극의 무한한 거리를 응축시켰다.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은 남극에 가지 않아도 갈 수 있다. 남극에 가려는 꿈과 모험의 환상은 일상이 되고 미지의 대륙은 하나의 상품이 된다. 남극점은 멀지만 인간에 의해 자연은 더 이상 탐험이나 탐사, 모험과 같은 상상을 위한 여백의 공간이 아니라 착취와 개발로 채워진 현실의 공간이다. 「빙산의 일각」은 exploration(탐험, 탐사)과 exploitation(착취, 개발)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있다. ● 벌써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일이다. 남극에 가려고 했던 기획자와 작가들은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잠시 꾸었던 꿈을 뒤로 하고 다시 본연의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남극은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다. 누구나 갈 수 없지만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만년설로 뒤덮인 빈 공간이지만 그만큼 누군가의 상상으로 채워진 모험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만약 예술의 기능이 상상하게 하는 것에 있다면 남극은 그 자체로 예술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미 예술이 되어 버린 공간에 예술가가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지만 실재하는 남극은 생물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공간이다. 생존과 이상 사이 그 사이의 지점 어딘가에서 예술과 예술가의 위치 또한 위태롭게 서있다. ■ 박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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