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 The Sound of Silence

김기철展 / KIMKICHUL / 金起徹 / sound.sculpture   2014_1101 ▶ 2015_0104 / 월요일 휴관

김기철_0.035_철 파이프 가공_지름 4m_2014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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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101_토요일_04:00pm

관람료 / 성인 3,000원 / 학생,단체 2,000원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블루메미술관(BMOCA) 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 BMOCA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9-30(1652-140번지) Tel. +82.31.944.6324 www.bmoca.or.kr

1970년대 유명했던 미국의 듀오음악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침묵의 소리(1965)'라는 노래에는 제목처럼 역설적인 내용의 가사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며 말하고, 듣지 않으며 듣는다(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사람들 사이에 말소리가 오가는 듯 하지만 소통되지 않은 대화 가운데 흐르는 것은 과연 소리인가 침묵인가. 침묵을 단순한 소리의 멈춤으로 볼 때 침묵에는 소리가 없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침묵은 의미의 부재, 소통의 불가능성, 나아가 불활성의 죽음을 은유하는 '소리'이다. '침묵의 소리'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김기철 작가 또한 침묵에 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침묵이란 무엇이고, 왜 그는 침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 김기철은 '소리조각(Sound Sculpture)'이라는 개념으로 지난 20년간 일관되게 소리를 조각의 재료로 다루어왔다. 그는 정지된 사물로서의 조각에 단순히 소리의 요소를 더한 것이 아니라 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가는 가운데 철학적인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길이와 높이, 양과 색 같은 소리의 물리적 조건들을 시각적으로 건조하게 재현한 초기작업에서부터 그가 직접 채취한 빗소리 같은 자연음으로 심상의 풍경을 자아내는 감성적인 공간작업들, 그리고 사람의 음성을 통해 소리의 의미론적 시원을 다루는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여러 층위들을 두드려온 그가 이제 가장 단단한 층, 즉 소리의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리에 대한 오랜 관심이 그 대척점으로 인식되는 침묵으로 귀결된 것이다. ● 그렇다면 침묵에 관한 이 전시는 무음, 즉 소리가 없는 상태에 관한 것일까. 소리의 여러 모습을 살펴본 그가 이제는 소리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 모든 소리를 비움으로써 드러나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가.『침묵』이라는 제목의 두터운 책으로 엮인 글과 강연들에서 존 케이지는 실제로 침묵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무향실에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기술적으로 최대한 소리를 제거해 만든 방안에 들어갔지만 그 안에 들어간 이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두 가지 소리 (신경계가 작용하는 높은 소리, 혈액이 순환하는 낮은 소리)를 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소리 없이 삶은 단 한순간도 지속되지 못하며 침묵은 소리와 대립하는 것이지만 필연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라 말한다. 객관적 침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침묵은 소리 안에 주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기철_Endless_음향기기, 센서조명, 파도소리 음원(2008년 10월 경포)_2014

김기철이 이야기하는 침묵 또한 소리의 절대적 부재상태와 같은 대립점이 아니라 소리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침묵의 주관성에 관한 것이다. 전시제목대로 그는 침묵도 소리라고 말한다. '들리지 않는', '듣고자 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이다. 소리란 듣는다는 것에 관한 것이고 결국 소리와 침묵은 마음에 관한 것이다. 철학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 질문에 그는 매우 조각적인 방식으로 답한다. ● 조금씩 어긋나게 움직이는 6개의 메트로놈으로 이뤄진 「똑딱」이라는 작품은 '똑'과 '딱'이라는 소리를 내는 진자 사이의 공간에 대해 묻는다. 일정한 박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진자가 양극에서 소리를 내고 침묵으로 돌아가는 이 사이 공간의 간격에 다른 메트로놈의 소리가 스쳐 지나가고 끼어들며 하나의 메트로놈 안에서 소리와 침묵으로 정확히 나뉘어지던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소리의 틈에 침묵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침묵의 틈에 소리가 들어왔던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 343m/s이라는 소리의 속도에 침묵의 속도를 엎는 「0.035」라는 작품은 소리가 침묵을 만드는 것인지 침묵이 소리를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위의 질문을 덮는다. 소리와 침묵은 하나라는 것이다. 왼쪽 귀에서 출발한 침묵이 오른쪽 귀에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을 그는 1초에 343미터를 가는 소리의 속도와 같은 비율을 지닌 긴 금속관의 길이로 가시화하였다. 또한 둥근 원의 형태로 관객이 서있는 공간을 감싸듯 수평적으로 떠있는 이 조각은 소리가 전후좌우에 입체적으로 존재하듯 침묵에 '잠긴다'라는 표현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를 둘러싼 공간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침묵의 물질적 조건을 시각화하는 듯하다.

김기철_Ticktock_메트로놈 7개_가변설치_2014

위의 두 작품이 소리의 그것과 겹쳐지는 침묵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것이라면 스피커로 만들어진 「끝없이」라는 작품은 소리의 지각방식을 통해 경험되는 침묵을 이야기한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방안으로 관객이 들어서면 갑자기 불이 꺼지면서 방안이 어두워진다. 파도소리는 멈춘 적이 없지만 시각이 차단되는 순간 관객은 잠시 침묵을 경험한다.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시야가 흐트러지며 들리지 않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파도처럼 소리는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다. 그것을 지각하고 받아들이는 주체의 마음상태에 따라 어떤 소리는 들리고 또 어떤 소리는 침묵이 된다. ● 소리를 듣다(listening)라는 지각과 인식의 문제로 접근할 때 소리의 특성은 크게 '들린다'와 '안 들린다'라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김기철은 말한다. 이 때 소리는 더 이상 귀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소리가 귀로는 전달될지라도 눈이 듣는 것을 막아버릴 수도, 귀에는 들리지 않을지라도 몸의 떨림이 소리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땅에 떨어질 때 분명 그것은 소리를 낼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귀가 듣기에 너무 작은 소리여서라기 보다 연분홍 꽃잎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떨어지는 모습에 우리가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의 「벚꽃 떨어지는 소리」는 시각적 아름다움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소리, 들리지 않지만 분명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침묵의 텍스쳐를 보여준다. ● 빛의 유무와 달리 소리의 유무는 실제 있고 없음 보다 주관적이다. 우리는 귀가 아닌 몸으로 듣기 때문일 것이다. 존 케이지의 말처럼 "결코 침묵이란 없다." 침묵은 멈춤 없는 흐름으로써의 소리에 속한 것이고 소리는 개개인에게 다른 형태로 다가오는 지각과 마음의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철이 침묵에 관한 서두라고 소개하는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소리의 결말로써 침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분명 소리에 관한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 블루메미술관(BMOCA)

Vol.20141102c | 김기철展 / KIMKICHUL / 金起徹 / sound.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