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나무간판

정희우展 / JEONGHEEWOO / 鄭希宇 / painting   2014_1126 ▶ 2014_1207 / 월요일 휴관

정희우_종로의 나무간판_종이에 먹_30×18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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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126_수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_서울특별시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2.720.6167 www.gallerygrida.com

요즘 웬만한 서울 시내에서는 글자가 세로로 새겨진 나무 간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무는 아크릴 같은 다른 소재로 대체되었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세로 배열의 글자도 가로 형태로 바뀐지 오래다. 존재한다 해도 일부러 그 집을 찾아가는 손님이 아니라면 눈여겨 보지 않을 오래된 나무 간판들. 정희우는 이번 전시에서 이 나무 간판들을 탁본하여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 강남대로를 4년간 기록한「시간을 담은 지도」(2008-2011), 도시를 움직이는 각종 기호들과 맨홀 뚜껑을 탁본한「필링 더 시티」(2012), 칠팔십년대에 건설된 아파트들의 담벼락을 탁본한「담지도」(2013)까지 도시 안팎의 다양한 모습을 소재로 삼아 온 작가가 이번에는 종로의 오래된 나무 간판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 간판은 시대에 따른 변화가 매우 분명한 소재이다. 길거리에 걸려있는 간판 업종과 수를 통해 그 시대에 대세를 이루는 수요 품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상호명이나 글씨체 등으로 그 시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종로 5, 6가에 한의원이 많았을 때는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한의원 간판을 볼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 간판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급속한 도시 개발로 만들어져 역사의 지층이 얕은 강남이 아닌, 조선시대 이래로 상업지역으로 성장하여 역사의 지층이 두터운 종로라는 지역에 주목했다. 이는 그동안 이어져온 도시에 대한 관심 표명을 넘어, 지금은 존재하지만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더 부각된 지점이기도 하다. 어쩌면 방금 과거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집요한 관심이 작가 자신의 삶의 현장이 아닌 종로거리와 대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정희우_약초상담_종이에 먹_160×40cm_2014

정희우는 종로 1가에서 6가까지 나 있는 종로거리를 걸으며 나무 간판을 찾았다. 흥미롭게도 이미 상당수가 개발되어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 있는 종로 1가나 2가에서는 찾기가 어려웠고, 종로 3가에서 6가에 이르는 길에서 33개를 찾아 탁본으로 떠낼 수 있었다. 그 나무 간판들은 길게는 30년 이상, 짧게는 10년 동안 종로의 시간을 함께 살고 있었다. 35년 된 양복집, 40년 된 한약방,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10년된 디지털 보청기집 등. 어떤 간판들에서는 상호가 중간에 바뀌었는지 원래 글자 위에 덧 쓴 흔적이며, 간판 위에 다른 안내지들을 붙였다 뗀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가게들을 지켜오고 있는 주인들의 나이도 지긋하여, 사업을 키우겠다는 마음보다 소일거리 정도로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듯했다. 작가가 리서치를 진행하는 중에 사라진 나무 간판도 있지만, 아마 이들이 은퇴하는 날이 되면 이 나무 간판들의 운명도 다하지 않을까 싶다.

정희우_미영사_종이에 먹_160×30cm_2014

작가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있었던 종로의 나무 간판을 정성스레 탁본하여 전시실에 나란히 걸었다.「시간을 담은 지도」에서 강남 대로변에 있는 건물들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그려나갔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시간을 담은 지도」에서 강남대로를 일정한 축척으로 축소하여 일종의 그림 지도로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미시적이고 기호적인 소재로 종로거리를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탁본 작품에서 여러 겹의 시간 층을 가진 종로의 단면을 재인식할 수 있다면, 그것들이 모여 전시장에 설치된 모습에서는 종로의 시간을 담은 일종의 지도를 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전시장에 나란히 걸려 있는 나무 간판들이 묘비나 시간을 다한 유물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재 이들이 머지 않아 맞게 될 미래인 것처럼... 다행히도 이들이 늦지 않게 탁본으로 기록되어, 종로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종로가 가진 시간의 한 층과 대면할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먼저 그랬듯이 말이다. ■ 장유정

정희우_크라운가발_종이에 먹_160×35cm_2014

종로는 서울에서 가장 여러겹의 지층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강남, 목동, 상, 중, 하계동 등은 아파트의 건설과 함께 7,80년대에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어 3, 40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고, 서울의 다른 지역도 아파트 건설로, 또는 단층집을 헐고 다세대주택으로 바꿈으로써 옛 동네의 흔적을 남기지않고 새건물을 채워넣어, 신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보다 더 어린 동네들이 되었다. 종로에는 조선의 궁궐이 있고 조선시대의 한옥도 조금 있다. 북촌에는 1900년대 초에 지어진 한옥이 있고, 한옥을 고치며쓰다 보니 현대적으로 재가공되어 한옥 한채에도 여러겹의 시간적 지층이 담겨있기도하다. 일제강점기에 종로거리에 지어진 2,3층의 상업건축물도 번쩍이는 간판들사이에 묻혀서 남아있다. 양옥이라 불리던 해방후에 지어진 서양식 주택도 높은 담에 둘러싸여 있다. 뿐만 아니라 종로 1가 주변에는 첨단의 고층건물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종로는 조선시대에서부터 오늘까지의 여러겹의 역사적 켜를 품고 있다. 그 중에 아주 얇은 한 켜를 떠내어 펼쳐놓는다. ■ 정희우

Vol.20141126i | 정희우展 / JEONGHEEWOO / 鄭希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