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얼굴 faces of things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2011_0628 ▶︎ 2011_0716 / 일요일 휴관

엄효용_inside and outside#1_면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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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123갤러리 123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81-1번지 세화빌딩 2층 Tel. +82.2.3445.5123 www.123gallery.co.kr

진실의 거푸집 ● 여기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사진이 있다. 엄효용의 사진은 회화의 경계를 무리 없이 훌쩍 뛰어 넘는다. 비단 작가가 지닌 기술의 탁월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엄효용은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분명 회화를 비롯하여 '본다는 것' 전반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가 딛고 서 있는 탄탄한 철학적 담론이, 자칫 표현력의 확장으로 유발될 수 있는 헐거움을 촘촘히 메워주고 있다는 인상이다.

엄효용_inside and outside#2_면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75cm_2011
엄효용_on and off#1_면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1

엄효용의 작품은 기하학적 이미지 자체가 몹시 아름다워 마음에 직관적으로 육박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이미지 안에 담긴 '명석한 시각적 장치들'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엄효용은 앞과 뒤, 겉과 속, 채움과 비움 같이 대립 되는 개념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담기 위해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한다. 즉, '크기의 변화, 양립할 수 없는 사물의 만남,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서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게 볼 수 없도록 만든다. 그는 전치법을 사용하여 일종의 심리적인 충격을 의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게슈탈트 법칙'에 의거한 형태와 배경의 상호보완이다. 배경은 형태와 상응하는 색으로 조화를 이루는 한편 충분히 자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은 화면 전반을 통해 균일한 밀도감을 보여준다. 형태나 배경이 어느 하나를 누르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은 사물 안에 분열되어 존재하는 대립 개념들을 한데 모아 진실한 '사물의 얼굴'을 드러내려는 시도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작품 이면에 자리 잡은 사상적 뿌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엄효용_empty and full#4_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70×70cm_2011
엄효용_light and darkness_면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1

엄효용의 세계관은, 만물의 끝없는 유전을 주장하며 대립을 넘어 조화와 통일을 추구했던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에 기대어 있다. 작가는 인간의 현 상태를, 왜곡 된 전체 속에서 참된 자아를 잃어버린 모습으로 인식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정신적으로 잠들고 분열되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온전한 세계는 하나뿐인데 잠든 사람의 수만큼 많은 자기중심적 세계가 생겨나고, 그로부터 대립과 충돌은 야기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창작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는 작품 앞에 선 사람들에게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세계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고 조른다.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잠든 세상을 흔들어 깨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가 '데페이즈망 기법'을 통해 창출하는 '낯섦'은 삶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새삼스럽게 만드는 일종의 각성제인 것이다.

엄효용_magnet_면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0
엄효용_canvas#2_면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45×110cm_2010

우리는 작가가 '명석한 시각적 장치들'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봐야한다. 사실 엄효용의 정수는 정교한 변증법적 인식론 너머에 존재하는 높은 이상이다. 그것은 작가가 '세계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부르며 끊임없이 목말라하는 '조화로운 상태' 혹은 '조화로운 세상'이다. 정작 그 참다운 가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진실의 거푸집'으로 사용하여, 그가 열망하는 이상향의 윤곽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그는 실로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나 이미 도달한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립 되는 개념들 사이를 유연하게 진동하며 새로운 조화의 차원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우린 숨은 차원 안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온전한 '사물의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 ■ 황현승

Vol.20110628d |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