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용설명서

The greener way ; How the practice of urban farming can transform a society   2015_0413 ▶︎ 2015_1226

김해심_lab._사진_성남시민농원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해심_박혜원_안민욱

기획,주관 / 김해심

주최 / 2015별별예술프로젝트 시각예술분야 지원사업 후원 / 경기문화재단_경기도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성남시청 전시실 SEONGNAM CITY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 997 (여수동) www.seongnam.go.kr

성남시민농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827번지 일원

도시농업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 노모의 텃밭 가꾸기를 돕기 위해 성남시민농원을 드나들면서 자주 떠오른 생각이다. 6만평 규모의 이 농장은 초봄에 문을 열지만 처음에는 그저 텃밭 이천삼백 개가 모인 텅 빈 황토색 들판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녹색 생산 경관으로 변한다. 텃밭마다 붙여진 번호판도 사라지고 이 밭과 저 밭의 경계도 사라져 도시의 빌딩과 차도 사이에 생성된 초록빛 오아시스가 된다. 식물의 성장이 최고점에 다다를 즈음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걷이가 끝난 입동 무렵에 농장은 다시 빈 땅으로 되돌아간다. ● 도시의 한 구석에서 진행되는 이 녹색 변화 과정은 매우 놀랍고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농장의 생명체를 키운 것은 종자의 유전정보를 깨운 자연이었으나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으니 사람과 자연의 합작이었다. 무엇보다도 텃밭의 식물이 농장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 도시농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손재주를 발휘하여 군더더기 없이 채소의 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솜씨도 대단했다. ● 이곳의 도시농업은 이미 지역 주민들의 창의성을 일깨우고 만물의 상생을 도모하는 실험실이었으며 농업을 수정하고 발전시켜서 도시농업을 성취하는 현장이었다.

겨울풍경_성남시민농원_부분
봄 풍경_성남시민농원_부분

"이곳에 파묻혀 슬픔을 잊고 인생의 허영을 다스린다." 농장에서 머무는 동안 북송 사람 사마광의 말이 자주 떠올랐다. 농장에는 허영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겉으로는 햇빛을 가려줄 모자 하나 쓰고 목 짧은 장화를 신으면 그만이었다. 노모와 텃밭을 일구는 초보농부로써 상생과 돌봄의 현장에서 24절기를 보내며 『자연사용설명서』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2015년에 네 가지 일을 진행하였다. 전시, 설치작업, 샐러드키친 운영, 그리고 도서 출간이다. 1. 전시 ● 한 해 동안 기록한 도시농장의 다양한 면모를 설치작업과 텍스트 그리고 사진과 그림으로 풀어내어 농사가 시작되는 2015년 4월에 성남시민농원의 정면에 자리한 성남시청 갤러리에서 전시하였다. 70여장의 크고 작은 사진과 20여개의 텍스트, 20점의 수채화, 그리고 설치작업이 전시되었다.

김해심, 박혜원_텍스트 21장, 사진 66장_성남시청 전시실_2015
김해심_상/직사각형을 나누는 9가지 방법_나무에 아크릴채색_28×50×2cm×9_2015 김해심_하/다른 분출기_망가진 물뿌리개, 호스, 플라스틱용기, 샤워기 등_2015

2. 설치작업 ● 농장에서 노모의 휠체어는 밭고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어머니를 밭 근처 정자에 모시고 틈틈이 먼발치로 거동을 살폈는데 정자에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을 피해 힘겹게 몸을 움직이곤 하였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농장에서 도시농부들의 유일한 쉼터인 정자에 꼭 필요한 것은 뜨거운 햇볕을 막아줄 장치였다. ● 초대작가 두 명과 함께 시민농장 정자에 설치한 차양막 작업은 농장의 각 구역에 자리한 정자 세 개를 쉼터로, 도시농업 소통의 자리로 마련하는 작업이다. ● 박혜원 작가는 '숨은그림찾기'라는 제목으로 폐현수막을 이용하여 작업했다. 분당구청에서 수거한 불법 현수막을 가져다가 디자인하고 조각조각 이어붙이거나 천의 한 부분을 사각의 창처럼 오려내기도 했다. 천 사이로 농장의 풍경을 보고 현수막에 숨어있는 글씨를 맞춰 보기도 하고 사각의 창으로 다른 곳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정자 안에서 또 다른 공간을 상상하도록 초대하는 작업이다. ● 안민욱 작가는 "이 작업은 프로젝트 기획자인 김해심 선생님으로부터 일 년 간 노모와 함께 농사지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햇빛을 가린다는 의미의 차양(遮陽)이라는 단어 대신 밭을 빌려(借), 식물을 기르니(養), 마음이 고요하다(莫)는 의미의 '차양막(借養莫)'이라고 새긴 현판을 달고 한국의 전통 정자의 형태를 차용하여 한쪽 면 지붕의 그림자를 낮추어 정자 안에 빛이 들지 않도록 설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 나는 기억을 잃어가는 노년 농부들의 감성을 흔드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흰나비를 쫓던 그런 몸의 기억들을 되살릴지도 모를 매개물로 사용한 것은 부드러우면서도 하얗고, 바람에 끝없이 팔랑거리며 햇빛을 반사할 수도 있는 물질이었다. 제목은 '햇빛도 반, 바람도 반', 햇볕을 물리치지도 않고 바람만 초대하지도 않는 노년의 쉼터를 생각하였다.

박혜원_숨은그림찾기_현수막, 재봉질_가변크기, 880cm_2015
안민욱_차양막(借養莫)_나무, 나무현판, 차광망_275×235×250cm_2015
김해심_햇빛 반, 바람 반_그물망, 모조 물방울다이아몬드_880×120cm_2015

3. 샐러드 키친 ● 햇빛이 적당히 가려진 쉼터에서 농부들은 채소도 다듬고 농사정보도 주고받았다. 농작물이 넘쳐나는 시기에는 손수 키운 채소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농부들도 많았다. 이렇게 풍요로운 채소를 모아 사람들을 초대하여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며 도시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 명의 작가가 작업한 정자는 잠시 부엌으로 그리고 사랑방으로 변했다. 도시농부들 뿐만이 아니라 농장에서 원예를 배우는 분들도 오셨다. 도시농부학교 교실에도 찾아가 『자연사용설명서』 프로젝트의 내용을 나누며 샐러드 키친을 열었다.

샐러드키친 1차_성남시민농원 정자_2015
샐러드키친 2/3차_성남시민농원 정자_2015
샐러드키친 4차_성남시민농원 교육장_2015

4. 도서출간 ● 농장의 24절기를 기록한 내용과 수채화 74점을 엮어 2015년 12월에 책을 발행하였다. 많은 사진을 촬영하였지만 책에는 단 한 장도 올리지 않았다. 생생한 현장이 담긴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생명의 터전을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사용설명서 || 저자_김해심 || 그림_박혜원 || 면수_183쪽 || ISBN_97911 95683505

책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한 시민농장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생태적, 사회적, 심리적 효과는 우리가 가늠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농업을 도시에 맞게 수정하고 진화시키고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는 터전임과 동시에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생멸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 김해심

Vol.20150413j | 자연사용설명서-The greener way;How the practice of urban farming can transform a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