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

이승수展 / LEESEUNGSOO / 李承洙 / installation   2019_0209 ▶︎ 2019_0228 / 일,공휴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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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1022i | 이승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9_0209_토요일_06:3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오픈스페이스 배 OPENSPACE BAE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54 B2 Tel. +82.(0)51.724.5201 www.spacebae.com

숨비란 해녀가 바다에서 일하면서 내뱉는 깊은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다가 숨이 가쁘면 빨리 수면으로 올라와 짧은 시간에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호오이 호오이’ 소리를 내면서 호흡을 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생명의 소리, 이 섬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소리이다. 7년 전부터 우연히 수집해온 해녀의 잠수복, 도구들... 이 오브제들에 대한 관심은 해녀의 삶에 대한 시간의 기록물로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느꼈고, 해녀의 ‘몸’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찢기고, 구멍이 난 잠수복들은 쓰임을 다해 더 이상 바다로 갈수 없는 사라지는 오브제이며, 물질하는 해녀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과도 같다. 작가는 본인의 신체를 캐스팅한 마네킹을 만들고, 바느질과 접착제를 이용해 잠수복을 복원하였다. 제주 바다의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물옷은 작가의 신체를 빌려, 작가는 해녀의 삶을 통해 지금의 바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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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라는 물성과 제주라는 장소성, 그리고 고독 1."...아름다움은, 가장 멀리 떨어진 극한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친숙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그 왕복에 의해 지탱되는 것 같다. 이 오고감은 끝이 없으며, 그것이 바로 조각들에 움직이는 느낌을 주고 있다."1) ● 동조각을 이어붙인 정교한 용접작업이 이어진다. 수천 번의 금속이어붙이기가 끝이 나면 눈 앞에 해녀 형상이 나타난다. 금속선이 모여 해녀가 됐다. 구멍이 숭숭 뚫린 해녀형상 안에 현무암이 들어가고 물고기가 넘나든다. 제주 지역 바닷가에 해녀가 세워진다. 갓 물에서 나온 듯한 해녀에게선 물처럼 그물이 떨어진다. 육지에서 보면 해녀형상 사이로 바다가 보이고, 바다에서 보면 형상 사이로 제주가 보인다. 동조각 하나에서 시작된 이어붙임이 바다와 육지를 잇는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왕복에 의해 이 조각은 지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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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자체가 갖고 있는 특유한 상태가 물성이다. 동이라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물성, 혹은 오래된 물건에 깃들어있는 물성에서 이승수의 작업은 시작한다. 공간이란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다. 장소란 개인이나 집단적인 인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특정한 의미를 가지고 인식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 장소가 점유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본질, 특정한 장소나 위치에 대한 정서 등의 성질이 장소성이다. 장소성은 인간이 장소를 경험하면서 특정 의미를 갖게 되거나 부여된 인식 환경을 갖는 장소적 특징이며, 특정 장소의 형태나 속성이 아닌 인간과의 관계와 과정을 품는 속성을 가진다. 물성과 장소성에 대한 관심이 이승수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뼈대다. ● 동이나 금속조각들을 이어 붙이며 제주, 혹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에 들어 시작된 작업들에서 작가가 발견된 오브제에 관심을 두는 변화를 읽을 수 있다. 2016년에 들어 본격적으로 물성과 장소성을 염두에 두며 시작된 실험은 다음과 같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가까운 제주의 화북포구에 있던 폐업한 조선소에서 발견한 오브제들을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설치를 한다. 낡은 해녀복을 꿰메고 덧대어 작가의 몸을 떠내 만든 해녀복은 다시 제주의 난개발이 진행된 바다에 재설치된다. 여기서 조선소에서 발견한 침목은 다시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독특한 물성을 가지고 되고, 낡은 해녀복 역시 그 옷을 입고 물질을 하던 해녀의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각각의 고유한 물성을 드러낸다. 재료로서의 물성이 아닌, 장소성과 시간성을 이미 품고 있는 오브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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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의 조각상들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이 혈통적 유사성은, 개개의 인간 존재가 마지막으로 모여들게 되는 지점, 더는 다른 무엇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 소중한 귀착점에서 비롯하는 것 같다. 다른 모든 존재와 정확하게 똑같아지는 우리들 각각의 고독의 지점."2) 20여년의 작업기간 동안, 작가가 고민하는 물성에 장소성과 시간성이 더해진 이야기는 몇 번의 개인전을 거치며 설득력있게 전달됐다. 그에 더해 그의 작업을 들여다볼수록 표현하고픈 단어가 바로 고독이다. 제주라는 섬이 가진 고립의 이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깊은 바다 속으로 혼자 잠수하는 해녀가 가진 이미지, 그에 더해 작업실에서 긴 시간 용접을 하고 바닷길을 산책하며 침목을 발견하는 작가의 이미지까지, 그의 작품을 투영해 느껴지는 정서는 시종일관 고독함이다. 정직한 노동으로 정직하게 드러난 형상이, 왜인지 고독을 말하게 되는 지점을, 나는 장 주네가 쓴 그 유명한 자코메티에 대해 쓴 글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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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들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안심시키는 것은 그 대상이 '좀더 인간적으로'-인간이 쓸 수 있고 끊임없이 써 왔던 것이라는 의미로-표현되어서가 아니며, 가장 좋고 부드러우면서 감각적인 인간의 현존이 대상을 감싸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가장 순박하고 신선한 '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것, 그리고 아무것도 함께 하지 않는, 그 전적인 고독 속의 대상."3)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조각가로 인식되는 자코메티는 군더더기 없이 실존만 남은 인간의 형상을 남겼다. 원근법이 적용되지 않을것처럼, 부피감없이 앙상하기만 한 자코메티의 조각들은 모든 것을 제거하고,  (장 주네의 표현을 따르면) 고독만 남긴다. 이승수의 조각들과 발견된 오브제들이 근원적으로 고독을 내포하게 되는 것은 순수하게 대상을 그 자체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해녀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해녀의 고독을 끌어내고, 침목을 그대로 전시하며 사라진 조선소를 쓸쓸하게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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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해녀복이 바다에 여러벌이나 우둑하니 서 있는 자태도 존재와 존재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다가 끝끝내 개별적으로 고독해 보인다(마치 무리를 이뤄 입수하는 해녀들이 결국 바다 속에서는 혼자인 것처럼). 재료에서든 낡은 물건에서든 특유의 물성을 찾아내는 이승수는 물성을 강조한 작품에 장소성과 시간성을 더하며 의미 부여를 더해간다. 실존과 고독의 정서까지 끌어내는 이야기들은 아마 어떤 물성으로 대체되더라도 고유할 것이다. 이승수가 용접기와 혹은 제주라는 장소와 보내온 20년의 시간은 고독을 현현한다.  "내가 말하는 고독은 인간의 비참한 조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스러운 존엄성, 뿌리 깊이 단절되어 있어 서로 교류할 수 없고 감히 침범할 수도 없는 개별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어렴풋한 인식을 의미한다." 4) ■ 이나연

* 각주 1)자코메티의 아틀리에, 장 주네/윤정임 옮김, 열화당, 27p 2)같은 책, 23p 3)같은 책, 59p 4)같은 책, 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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