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서 꽃피다

박상은展 / PARKSANGEUN / ??? / photography   2019_0325 ▶︎ 2019_0331

박상은_속에서 꽃피다_디지털 프린트_50×73cm_2019

초대일시 / 2019_0325_금요일_04:00pm

후원 / 부산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해운대 아트센터 HAEUNDAE ART CENTER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56 (중동) 5층 Tel. +82.(0)51.747.7042 www.arthac.com

나는 운이 좋아서인지 학부시절에 부산미디어페스티발(대안공간반디) 공모에 당선된 후, 많진 않지만 『멘토링』(신세계갤러리),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부산시립미술관) 등 좋은 전시에 참여하며 작가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 주변에 작가로 살아가는 친구들 중에는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나 의심이 든다. 또 교수를 꿈꾸며 학교에 매진하여 그곳에서 필요로 하는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무언가 목표가 잘 보이지 않는 내 삶에 회의를 갖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국내외 여러 기획전에 초대되어 전시를 해내는 걸 보면, 내가 애정을 쏟아 만든 작품들에 대한 민망함과 속상함도 몰려온다.

박상은_the moment_디지털 프린트_100×70cm

그러던 중 결혼을 했다. 벌이가 일정치 않았던 나와는 달리 월급을 받는 남편을 만나 내 삶은 이전보다는 안정적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집안일의 일부분을 해내면서 시간이 나면 취미생활로 식물을 기르고 또 짬짬이 작업을 했다. 이전과는 다른 삶 속에서 나름의 만족을 했던 것 같다. 집안일은 남편과 잘 나눴기에 힘이 들진 않았고, 기르는 식물들은 내 정성을 몰라주지 않았다. 예술계든 어디든 사회 안에서 다른 이들과 경쟁하며 어떻게든 더 나아보려고, 어떻게든 더 벌어보려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지난날들과 비교해보면 낫다면 나은 삶이었다. 결혼생활 중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의 사소한 다툼 등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 소소한 것들이었다. 평온하다면 평온했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이었다.

박상은_시든 식물_디지털 프린트_123×85cm_2019

이렇게 살다가 잠깐이지만 작업을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작가를 꿈꾸며 석사를 마쳤고,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게도 좋은 기회들도 많이 가졌는데 말이다. 누군가는 작품활동으로 삶을 유지하기 힘들어 작가라는 꿈을 접곤 하는데,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애쓰지 않아도 살아갈 수는 있게 된 환경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 동안 사회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한 이들, 대표적으로 성소수자나 불법체류자 등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작품을 해왔는데, 지금에 와서 그 작업을 이어 하자니 무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어느 누군가처럼 직접 본 풍경을 그리거나 또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풍경을 그렸다면, 그것도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어떤 형상을 표현한다든지 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했다.

박상은_안에서 자라다_디지털 프린트_100×123cm_2019

어쨌든 작업을 하지 않는 삶에 대한 생각은 금방 접었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나란 사람이 없어질 것 같았다. 길진 않지만 작가가 되고자 살아온 내 과거에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생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떤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는 판단도 들었다. 이것들을 가지고 스페이스만덕에서 『얼굴을 꿰매고 뭉개고 없애는 방법』이란 개인전을 가졌다. 이 전시에서 나는 결혼한 친구들의 얼굴을 실로 꿰매며 지워나가는 걸 기록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에 대해 더 알아가고자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이번 개인전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준비한 전시이다. 전시에 나는 여성이 머무는 공간이라 여겨지는 주방에서 식물들을 기른 후 사진을 찍고, 거미줄에 갇힌 채 자라는 꽃과 식물들을 사진으로 찍고, 랩으로 꽁꽁 싸매진 여성을 포트레이트로 남겼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알 순 없지만, 이 시리즈들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사회활동을 그만두고 가정이라는 곳에 들어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상은_강요된 자리_디지털 프린트_80×106cm_2019

나는 이 전시를 통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각박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남성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길 원하는 건 아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까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직장상사와의 불화 등을 견디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남성들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나는 그저 지금 현상이 어떤지, 왜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사회에서 멀어져야 하는지, 그것의 뒤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 정도를 가지고 작품을 했다. 어쩌면 가부장제라고 불리는 이 구조의 피해자는 단지 여성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를 여성주의 작가라고 할 때면, 나는 부끄러워 어딘가 숨고 싶어진다. 페미니스트가 꼭 투철한 젠더의식을 가지고 급진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닌걸 알면서도 그렇게 불리기에 여러 모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박상은

Vol.20190325b | 박상은展 / PARKSANGEUN / ???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