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형상들 Shapes of Mind

안현정展 / AHNHYUNJUNG / 安炫貞 / painting   2019_0327 ▶︎ 2019_0402

안현정_Silence Blu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2.4×101.6cm×2, 152.4×127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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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327_수요일_05:00pm

갤러리 라메르 기획 작가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라메르 GALLERY LAMER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6 (인사동 194번지) 라메르빌딩 2층 제3전시실 Tel. +82.(0)2.730.5454 www.gallerylamer.com

내밀한 마음의 간결한 형상, 치유와 소통의 '예술의 언어' ● 회색의 바탕에 붉은 색의 기하학적 조형물. 하나, 둘, 세 개... 흡사 다리의 난간 같기도 하고, 바닥에서 솟아오른 높은 기둥같기도 한 형상들이 화면의 가운데, 혹은 양 옆에 자리잡고 있다. 작은 종이에 그려진 이들 연작을 한 자리에 모으고 보니, 다양한 라인과 면, 색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보내는 모르스 부호인 듯 붉은 색의 라인은 회색의 배경에 어떤 떨림을 던진다.

안현정_We Crossed The Bridges To Meet On The Island Between Us 우리는 그 다리들을 건넜고 우리 사이의 그 섬에서 만났다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1.6×76.2cm×3_2018

안현정의 작업 「We Crossed The Bridges and Met On The Island(우리는 그 다리들을 건넜고 우리 사이의 그 섬에서 만났다)」(2018)를 처음 본 인상이다. 아크릴 회화 작업과 오일 파스텔 드로잉 등 여러 방식으로 변주된 이 작업은, 친한 친구와 헤어지고 건넌 다리의 풍경 속에서 작가가 느낀 이별의 서운함과 슬픔이 섞인 감정을 간결한 붉은 색과 회색의 선, 면으로 드러낸 것이다. 복잡한 감정을 간결하면서 경쾌한 선과 색으로 드러낸 안현정의 작업은 그래서 독특한 지점을 드러낸다.

안현정_There Were The Winds At Vermont 버몬트에 그 바람들이 있었다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7×101.6cm×2_2018

안현정의 최근 작업인 '하고 싶었던 말' 연작은 이렇듯 작가만의 내밀한 감정을 시각적 언어로 탈바꿈시킨다.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 구상 회화에 천착하던 작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작업의 기로에 선다. 해외로 유학을 갔을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 즉 언어, 정체성, 외로움 등의 문제점들이 작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결국 작업을 통해 풀어야 했던 터였다. 지금까지 해왔던 구상 작업으로 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안현정_My Winter Came Back Again And His Brunette Was Still Beautiful 나의 겨울은 다시 돌아왔고 그의 갈색머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48×30.48cm×4_2019

「Dark Winds」 작업은 이 때 제작된 작업이다. 밤의 공간, 어두움 속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허허로운 작가의 마음에 다름 아니었다. 어두운 공간 속 바람을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니 조금이나마 스트레스의 치유가 됨을 느꼈다. 2016년 여름,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드로잉 다이어리: 마음의 형상들'이라는 드로잉 북 작업을 통해서였다. 작업이자 일종의 테라피였다. 작가는 스케치북에 하루하루 힘들었던 점, 느꼈던 점, 마음의 상태를 조형과 색을 통해 드로잉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안현정_There was A Flame Between U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9×60.69cm×2_2018

짧은 시, 혹은 문구와 함께 마음을 표현한 그림은 기하학적 조형과 단순한 색으로 구성된 추상의 형태를 띠었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시각적인 언어를 탐구하게 되었고, 그것만이 아무런 문법적 실수나 오해없이 나의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었다. 언어적 문제뿐만 아닌 여러가지 이유들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과 단어, 문장들은 마음에 켜켜이 쌓여갔고 그 안에서 단단해져 결정화(Crystallized) 되었다. 그 단단해진 것들로부터 작업이 태어났고, 그 단단해진 단어들은 시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감정의 결정화, 이것이 작업의 형상으로 표출될 때 추상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이다.

안현정_다시 돌아오지 않을 바람_종이에 오일파스텔_27.94×21.59cm_2018

서양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추상작업은 표현주의(expressionism)와 형식주의(formalism)로 양분되어 발전해 왔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표현주의는 뜨거운 추상으로, 자유로운 필선과 다채로운 색으로 대변된다. 심지어 물감의 두께까지 작가의 심상을 드러낸다(반 고흐의 작품을 보라). 이에 반해 폴 세잔이 말년에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리며 "모든 자연은 원통, 구, 원추형으로 환원된다"고 주장했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시작된 형식주의는 차가운 추상이라는, 정교한 비례로 구성된 단순한 형태와 색으로 나아갔다.

안현정_Misunderstanding 오해_종이에 오일파스텔_27.94×21.59cm_2018

이렇게 양분된 추상의 양상이 안현정 작업 속에서 섞이며 공존한다. 자신의 내밀하고 혼돈스럽고 뜨거운 마음은 단순한 색과 차가운 조형, 기하학적 형상으로 치환된다. 이른바 표현주의적 작업이 형식주의적 작업으로 뒤바뀌는 지점이다. 그의 작업이 드러내는 화면은 깔끔하고 이른바 디자인적인 느낌이지만, 그 속에는 작가의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숨어있다. 메마른 추상의 형태 속에 뜨거운 마음이 내재해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앞에서 언급한 안현정 작업의 독특한 지점이라 할 것이다.

안현정_평행바람_종이에 오일파스텔_27.94×21.59cm_2018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 안현정의 개인전 『마음의 형상들(The Shapes of Mind)』에는 2016년 드로잉 다이어리 작업부터 최근 작업까지를 망라한 유화와 드로잉들이 선보인다. 『Drawing Diary』 작업 스케치북부터 「Silence Blues」, 「There Were The Winds At Vermont(그 바람들은 버몬트에 있었다)」, 「Dark Wind: The Wind Never Bother Me」, 「Another Night Edge(또 다른 밤의 경계)」, 「다시 돌아오지 않을 바람」, 「평행바람」, 「We Crossed The Bridges and Met On The Island(우리는 그 다리들을 건넜고 우리 사이의 그 섬에서 만났다)」 등 시적인 제목을 단 다양한, 그러나 단순화된 형상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단순한 형태와 색을 보고 있으면, 작업을 했을 당시의 작가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제목이나 작품에 간간히 써있는 시의 구절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화면 속에는 작가가 느꼈던 기쁨, 슬픔,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안현정_Dark Wind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45.5cm_2016

1910년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추상화(abstract painting)'를 선보인 바실리 칸딘스키는 『제2회 뮌헨 신예술가협회전』 도록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비밀스러운 것을 통해 비밀스러운 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내용 아닌가? 그것이 창작욕의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목적이 아닐까? ... 인간은 인간에게 초인적인 것에 대해 말한다. 이것이 예술의 언어다." 결국 안현정의 작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 아닐까. 복잡하고 내밀한 마음 속의 비밀을 간결하고 명징한 색의 기하학적 형상으로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 말이다. 이것이 바로 안현정이 꿈꾸는 '예술의 언어'일 게다. ■ 류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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