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건너간다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展   2019_0412 ▶︎ 2019_0429

초대일시 / 2019_0411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영민_강요배_강종열_고길천_고봉수_김기라 김석_김성복_김영철_김우성_김일권_김정헌 김준권_김피디_김형기_김홍희_노순택_류연복 뮌_박경훈_박불똥_박영균_배인석_백현진 안종연_안창홍_유지연_유진숙_이강화_이명복 이민혁_이상엽_이원석_이윤엽_이종구_이철수 이하_인송자_임영선_임옥상_임종길_임채욱 전영일_전인경_전진경_정병례_정정엽_조풍류 최민화_최병수_최평곤_최호철_홍선웅_홍성담

주최 /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후훤 / 문화체육관광부_세종문화회관_한국큐레이터협회

관람료 / 5,000원

관람시간 / 10:30am~08:00pm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SEJONG CENTER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세종로 81-3번지) 1층 전시장 Tel. +82.(0)2.332.5114 www.sejongpac.or.kr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수 정태춘은 음유시인으로, 표현의 자유와 평화예술의 상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 아티스트다. 이러한 정태춘, 그리고 박은옥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콘서트와 함께, 두 사람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시각예술가 50인의 단체전 『감사합니다』(가제)를 연다. 정태춘, 박은옥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사랑하며 지키는 많은 문화예술인들 중에서 특별히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는 50인이 두 사람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다. 뿐만 아니라 정태춘의 『붓글』전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내에서 사회와 삶을 바라보면서 느낀 생각을 노래가 아닌 화폭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펼쳐냈다. 사진, 시, 그림이 자유자재로 섞이며 만들어지는 정태춘의 『붓글』은 정태춘을 잘 아는 사람에게도,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반성과 영감의 순간을 선사한다.

전시의 구성 1)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 2) 정태춘 박은옥의 예술 세계에 공감하는 50여명의 미술가들의 오마주 작품 전시 3) 정태춘의 『붓글』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

전시 내용 아카이브 세션은 꼼꼼하게 챙겨둔 활동자료들을 비롯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영상 자료들, 대중음악사에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자료들을 전시한다. 50여명의 예술가들이 트리뷰트의 의미를 살려 정태춘 박은옥의 예술세계를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태춘의 붓글은 음유시인 정태춘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직접 붓글로 쓴 작품들을 비롯해서, 자신이 지은 한시와 명상적인 문구들을 담은 글이다.

다원예술 융복합 전시 전시 기간 중에 시각 예술 작품 전시는 물론, 공연과 퍼포먼스, 토크쇼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열린다. 공연은 물론이고, 학술, 출판, 아카이브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전모를 체감할 수 있는 융복합 전시이다.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류연복_다시 건너간다_우드컷_70×150cm_2009
김석_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그때는맞고 지금은틀리다–촛불_ 나무에 도색, 마이크 스탠드, 철_160×80×120cm_2019 김성복_도깨비뱅크-정태춘•박은옥_마호가니나무에 아크릴채색_9×20×5cm_2019

경의와 헌사를 넘어 탈경계의 예술을 향하여 ● 정태춘은 20세기 후반 한국사회의 정체성과 변화를 온몸으로 담아낸 성찰의 예술가이며, 세기를 넘어 문명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저항의 예술가이다. 40년간 부부 듀엣으로 활동해온 박은옥은 한결같은 호흡과 음성으로 정태춘과 동행한 가수다. 이들의 데뷔 40주년이라는 주기적 특이점을 계기로 한 시대를 돌아보는 정서적 공감대를 동시대와 미래로 연결하고자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프로젝트』를 펼친다. 이 글은 이번 프로젝트의 총감독으로 사업의 갈래를 가늠하고 일머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논의들을 정리하고, 이와 관련한 기존의 글들 가운데 일부를 고쳐쓴 것으로서, 정태춘과 박은옥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인 관점으로 되돌아 보고, 그 가치를 현재와 미래의 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하나의 시론이다.

김일권_떠나가는 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9
노순택_노래를 찾지 않는 사람, 들_사진, 글, 버려진 창틀, 빌린 창문_60×70cm_2019

1. 정태춘은 음유시인이자 노래운동가이며, 진보주의자, 문화운동가, 행동주의예술가, 반산업주의자이다. 이렇듯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정태춘의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이며, 그의 예술은 곧 그의 삶 그 자체이다. 정태춘은 대중음악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작곡가 겸 가수로서의 그의 활동은 대중적 지지와 성원을 받는 창작과 표현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었지만, 그것은 점차 그를 옥죄는 굴레로 작동했다. 그는 점점 그 굴레를 넘어서 자기완결적인 예술의 세계를 구축했으며, 그 너머 사회와 소통하는 에술적 실천으로 진화해 나간 그의 예술은 가히 '정태춘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 탁월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정태춘을 서술하는 앞의 핵심어들을 중심으로 정태춘의 가치를 살펴봄으로써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가 지닌 당위성이나 소명의식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 첫째, 정태춘의 가치를 가장 명확하게 집약하는 언어는 음유시인이다. 그는 전통사회 공동체 감성을 담은 우리시대의음유시인이다. 그는 농촌공동체의 전통적인 감성이 산업사회의 새로운 감성과 만나던 1970년대 후반의 문화적 전환기에 대중음악 창작자와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이어온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그는 대중의 서정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중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기의 정태춘은 전통적인 공동체사회의 감성을 담은 음유시인으로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70년대 후반 이후에 성장기를 보낸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깊이 남아있는 정태춘의 서정성은 동시대에 이르기까지도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 둘째, 정태춘은 노래운동가이다. 그는 1980년대 변혁운동과 동행하면서 노래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그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은 민주화운동과 함께 찾아온 민족정서와 사회운동이었다. 그는 전통사회의 해체와 산업사회의 확장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하는 노래운동을 시작했다. 방송이나 음반 등의 전형적인 대중음악 활동양식을 벗어나 얘기 노래 마당을 펼치며 대중과 호흡하고, 전교조지지 순회공연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를 펼치면서 사회운동의 현장의 노래운동가로 활동했다. ● 셋째, 정태춘은 사회의 변화를 갈망한 진보주의자이다. 1990년대의 정태춘은 산업사회로부터의 탈출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진보주의자로 활동했다. 그는 현실 정치의 변화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며 끝까지 사회진보 노선을 견지한 예술가이다. 공동체의 붕괴와 산업사회로의 재편으로 인한 사회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평화의 가치를 노래하며 거리와 광장에서 선 정태춘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획득한 후 급격하게 후퇴하고 있던 당대의 진보진영에 대해 가장 첨예하게 진보적 사유와 실천을 견인하고자 했다.

뮌_일상_Collage-2019-1_사진 이미지 콜라주_28×35cm_2019
박영균_92년 장마, 종로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19

넷째, 정태춘은 표현의 자유를 지켜낸 문화운동가이다. 그는 한국 예술계에 표현의 자유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겨주었다. '음반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위한 비합법 음반 『아! 대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 음악적 의미와 함께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문화운동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그는 대법원의 위헌 판정을 받아 표현의 자유를 다시 확인함으로써 1980년대 사회변혁 운동의 시대정신을 예술영역에서 구현해냈다. 그것은 부당한 제도와 관행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행동을 통하여 사회변화를 촉구한 행동주의예술 활동으로서 일제강점기 이래 예술창작을 옥죄었던 족쇄를 풀어낸 사건이었다. ● 다섯째, 정태춘은 평화예술을 실천한 행동주의예술가이다. 세기의 강을 건너 21세기를 맞이했을 때, 그는 그의 고향 경기도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과 함께 대추리평화예술운동을 펼쳤다. 전통사회의 서정을 노래하던 대중음악인으로부터 사회변혁운동기를 거치며 진보적인 예술운동가로 변모해온 그는 1천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평화예술운동을 펼치며 사회공동체와 동행하는 공동체예술, 사회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주의예술 활동을 전개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지만 그것을 통하여 정태춘은 한국사회에 21세기 사회예술의 새로운 불씨를 살려냈다. ● 여섯째, 정태춘은 시대에 절망한 반산업주의자이다. 50대 중반 이후 10년간 정태춘은 작사와 작곡, 노래 이외의 다양한 예술분야로 영역을 넓혀왔다. 시집을 출간하고, 사진 개인전을 열었으며, 한시를 지어 붓글을 썼다. 이제 정태춘에게 예술은 특정한 장르의 전문적인 기술에 머물지 않고 일상을 지탱하고 풍요롭게 하는 삶의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그것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대중정서와 자신의 예술세계를 타협과 절충의 지점으로 이끌지 않겠다는 은둔행위로서, 노래의 창작과 향유를 산업화해온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다. 대중과의 소통을 문화산업이 독점한 절망의 시대, 반산업주의자 정태춘은 다양한 예술 영역으로 확장한 창작으로 비판과 저항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는 이제 60대 중반에 이른 정태춘은 그가 걸어온 40년의 길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과 예술을 되돌아보며 중장년 세대에게 향수를 불어 일으키는 추억 속의 가수가 아니라, 동시대의 메시지를 담아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중진예술가로서 이 시대와 다시 만나고자 한다. 청춘과 중장년의 삶을 대중음악과 함께 해온 예술가 부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새 장을 펼치는 이 시대의 정태운과 박은옥 이야기를 펼친다. 여기 정태춘 박은옥의 삶과 예술을 돌아보고, 그 역사를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한바탕 예술의 장이 열린다.

배인석_정태춘 박은옥 음반이미지_캔버스에 유채_34.8×27.3cm×12_2019
안종연_92년 장마, 종로에서_스테인리스, 스터럭처, 홀로그램_지름 100cm_2019

2.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의 여러 사업들은 다음의 네 가지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 첫째,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마당은 정태춘 박은옥의 예술세계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이다. 둘째, 정태춘의 노래를 중심으로 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예술활동을 자료, 비평, 학술 영역에서 정리하고 재조명한다. 셋째, 세대와 영역의 연대를 지향하며, 다양한 세대 예술가들의 만남과 예술 장르간의 적극적인 연대를 펼쳐 노래와 문학, 미술, 영화 등의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넷째, 동시대와의 공감을 지향하며, 2019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시대정신과 공감하는 예술공론장을 펼칠 것이다. 요컨대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는 정태춘과 박은옥을 예술과 학술의 차원에서 재조명하는 다원예술적인 공론의 장이다. ● 사업의 갈래는 다음과 같다. 1)전국의 13개 도시에서 『정태춘박은옥40주년기념 투어 콘서트 : 날자 오리배』를 개최하며, 2)60대 정태춘의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를 담아내는 '기념앨범'을 발매하고, 3)정태춘의 시를 담은 '정태춘 시집'과 음악평론가와 사회평론가들의 '정태춘 평론집'과 후배 대중음악인들의 '트리뷰트출판' 등의 단행본을 출간하고, 4)정태춘 정신에 공감하는 음악인들이 동참하는 콘서트가 열릴 것이며, 5)미술인들의 트리뷰트 작품들과 더불어 '정태춘의 사진과 붓글 등을 담은 전시 『다시, 건너간다』를 개최하며, 6)정태춘 박은옥의 활동 자료를 모아서 정리하는 『아카이브사업』을 펼치고 ,이를 토대로 7)정태춘 예술을 집중조명하는 『학술컨퍼런스』를 열 것이다. ● 이 일들 가운데서 특기할 만한 일은 아카이브와 학술 사업이다. 정태춘박은옥 아카이브 사업은 지난 40년간 활동해온 부부가수의 전모를 파악하는 기초 자료의 수집과 정리에서 정보의 활용에 이르는 활동을 말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체계적인 아카이브 사업으로 향후 대중음악에 대한 새로운 학술연구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2020년 개봉예정인 정태춘 박은옥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자료 수집 및 정리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를 정교하게 연계하여 올해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번 일은 지금까지 1백년에 이르는 대중음악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정리가 이뤄지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이다.

이명복_떠나가는 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36.5cm_2019
이원석_두 개의 시선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9
이윤엽_들위에 둘_목판화_76×48cm_2019

물론 올 한해에 정태춘 박은옥 아카이브를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 일을 시작한다는 데 의미를 둘 일이다. 향후의 예술 트리뷰트 작업에서 빼지말고 넣어야할 필수 항복으로 등재하는 관행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료의 체계적 수립과 정리 및 보존 대책 마련을 마련하여 향후 정태춘 박은옥 뮤지움 설립을 위한 단초를 마련할 것이다. 자료수집 단계에서는 사람정보와 작품정보, 원저작품정보 등을 챙길 것이다. 자료정리 단계에서는 문화예술기획봄 자료실에 보관한 자료들을 항목별 분류 및 정리 작업을 거쳐 디지털화 작업까지 진행할 것이다. 이후 제작 단계에서는 촬영, 스캔 등 디지털정보화 작업, 종이출판 아카이브 자료집 제작, 부분적으로 웹사이트 등 온라인 정보제공 등을 추진할 것이다. ● 이와 같이 다차원의 학술 예술 행사가 열리는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는 예술계 선후배 동료들과 시민들이 거장에게 바치는 경의와 헌사로 가득하다. 이 사업에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비롯화여 기념앨범, 출판, 전시,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들이 들어있다. 이렇듯 공연과 전시, 음반과 출판, 학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펼쳐지는 학술과 예술의 장은 넘쳐하는 경의와 헌사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경의와 헌사에 그치지 않기 위하여 각고의 논의와 실천을 지향한다. 전문가들과 대중으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는 것은 40년간 활동해온 예술가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러한 말의 성찬을 지양해온 정태춘과 박은옥의 삶의 태도에 비춰볼 때, 이번 일은 그 너머의 그 무엇을 향한 것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임옥상_G36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9
임종길_518_한지에 먹, 혼합재료 채색_210×150cm_2019
임채욱_JongPark 1901_아크릴판에 UV 프린트, 영상_100×100cm_2019

3. 정태춘은 깃발을 든 예술가이다. 그 깃발에 자신의 예술정신을 담아 시대정신과 더불어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지속해왔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정태춘 정신을 집약하는 슬로건을 정리하고 그것을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에 녹여내는 일은 사업 실행 단위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태춘과 박은옥의 삶과 예술은 서정과 낭만으로 가득한 음유시인 그 자체이며, 사회 변화를 갈망한 진보주의 태도로 일관해왔다. 한편 그 너머의 절망과 비관은 반산업주의 노선을 견지하며 끊임없이 차별 철폐를 이야기하는 비판과 성찰의 메시지를 낳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렇듯 정태춘은 비관과 절망으로부터 투쟁과 희망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실천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해왔다. ● 정태춘과 박은옥은 그들의 활동 과정에서 세 번에 걸쳐 깃발을 들었다. 1)전교조 결성과 함께 한 누렁송아지, 2)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음반 사전 심의제도 철폐 투쟁, 3)대추리 평화예술 운동 등이 그것이다. 그것은 정태춘의 예술을 완성하는 과정이자 그 결과이며, 정태춘 정신을 갈무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의제들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가 경의와 헌사의 프로젝트 이상의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정태춘의 네 번째 깃발에 대한 기대와 주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깃발은 정태춘 혼자 드는 깃발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여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는 다수의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논의 틀을 마련했다. ● 첫째, 네 번째 깃발을 위한 논의 테이블로 대중음악을 비롯해 문화 예술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매우 조밀한 논의 장을 마련한다. 둘째, 대중음악 생태계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담론의 장을 열고, 그것을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와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셋째, 대중음악의 창작과 매개, 향유의 주체들이 민간과 공공 영역 전반에 걸쳐 대중음악 생태의 구조에 대한 진단과 재구조와를 위한 논의를 펼친다. 넷째, 문화부와 예술위, 콘진원, 예경 등 문화행정 단위들의 정책 논의로 산업주의 일변도의 대중음악 생태계가 처한 시장의 실패를 정책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 이번 프로젝트가 40주년을 맞아 대중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서 행복한 장일뿐만 아니라 동시대 예술에 기여하는 활동으로까지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정태춘 정신의 근저에 깔린 윤리의식의 발현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 사업주체들만의 일이 아니어서, 음악계를 비롯한 예술계 전반과 시민사회의 밀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의 성격을 한바탕 잔치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너머의 잔치를 준비하는 청객으로서 한국 사회와 예술계, 대중음악계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로 규정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정태춘 정신을 발견하고 그것에 동의하는 다수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동참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전인경_동백만다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90cm_2019 전인경_울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90cm_2019
고암 정병례_촛불_한지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140×1640cm_2019

4. 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떠오른 이 논의, 즉 경의와 헌사를 넘어서는 정태춘 정신의 발견과 실천이라는 과제는 '시장밖예술'이라는 화두로 공론장에 올랐다. 정태춘은 『정태춘박은옥40프로젝트』 기자회견장에서 시장밖예술을 공론화 했다. 그것은 네 번째 깃발을 올리는 신호탄이었다. 시장밖예술은 정태춘의 진화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 말이다. 그는 시장 안의 예술가로 출발했고 그 안에서 행복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시장의 틀을 벗어나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갈망했고 스스로 그 길을 찾아 시장 밖으로 나와 지난 수십년간 활동해왔다. 이렇듯 에술적 실천과 삶의 태도를 합일하며 일관해온 그의 언명이었기에 시장밖예술이라는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웅숭깊은 울림을 주었다. ● 정태춘이 언급한 시장밖예술은 그의 네 번째 깃발로서 충분한 중량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깃발은 그가 이전에 해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부산의 음악인들을 비롯한 예술인들이 정태춘박은옥40스페이스부산이라는 한시적인 커뮤니티공간에서의 전시와 강연, 공연 등을 꾸리기 위하여 『시장밖예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정태춘이라는 음악 창작가에 대한 오마주를 새로운 음악생태계 담론과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일기'에서 '우리 모두의 일기'로 전환해온 그의 역사에 대한 공감이며, 예술의 자율성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옹호했고, 내 이웃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안고 가는 공감의 예술에 대한 동행이다. ● 바야흐로 촛불혁명의 정신이 사회 각계의 부문계열 운동으로 구체화하는 시절이다. 예술도 체제의 재구조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촛불정부의 문화정책들에도 예술창작의 대가와 일자리, 금융, 법령, 세제 등 예술창작과 미술제도를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 담겨있다 이는 예술시장 합리화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장주의 예술경영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예술이라는 공공재의 공급을 수요에 호응하는 것으로 사고하고, 이에 따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격책정에 걸맞게 예술노동의 가치를 교환경제의 법칙에 따라 평가하고 보상하는 관점으로는 사람중심의 정책에 다가설 수 없다.

정태춘_일어나라 바람이 분다_초배지에 먹_470×900cm_2018
정태춘_칼 / 전기 드릴 폭풍처럼_초배지에 먹_440×470cm_2018 정태춘,_팔월 밭뚝 뽕나무_초배지에 먹_450×470cm_2015
정태춘_뚝 터졌다아_화선지에 먹_700×1380cm_2018
정태춘_나무여 풀들이여_디지털 프린트에 먹_2010 정태춘_바람 부는 벽에 내 그림자를 걸고_디지털 프린트에 먹_2010

시장권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넘어서는 예술경제학 개념이 필요하다. 주류예술은 확고부동한 제도와 결탁해있다. 제도예술은 아카데미가 길러낸 전문가들이 예술시장을 작동하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제도예술은 이들 3요소에 진입하지 못하는 예술이다. 예술정책을 주관하는 행정주체인 문화부는 분명히 민이 아니고 관이다. 관은 민과 동행하는 민관협치를 필수덕목으로 삼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시대정신이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정책이라면, 시장주의를 넘어서는 예술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정책방향과 사업실행이 있어야 사람중심의 예술정책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정부 정책의 근저에는 예술을 경영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기조가 있다. 정부의 일이 정책이냐 사업이냐 하는 양 갈래 길에서 대체로 정책 쪽으로 무게를 두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물론 정책 없는 사업은 맹목이며, 사업 없는 정책은 공허하다. 이제는 예술시장 구조를 넘어서는 예술경제 구조를 사유할 때이다. 시장을 표상하는 정책은 사업의 나열에 빠져 정책목표를 상실하기 십상이다. '선순환의 예술생태계 조성'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주의 관점으로부터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 예술경제학은 자본주의 생산구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예술론이다. 굳이 주류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수요와 공급의 틀로 따져보면 예술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잠재적인 예술가, 예술가 지망생을 과다하게 양산하고 있는 교육커머셜리즘의 깊은 수렁을 생각하면 헤어날 길이 없다는 절망을 토로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 생각 또한 한계가 있는 것이 예술의 미래상을 놓고 모두가 예술가라거나 공공재로서의 예술 등을 언급하는 마당이니 소수의 엘리트 예술가만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애매하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의 역할이 확고해지는 미래세대에게 예술은 모종의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시대에 말이다. 이제는 예술의 공공재 역할을 살리기 위해 창작과 매개와 향유 전반을 생태적 선순환구조로 전환하는 예술경제학을 고민할 시점이다 ■ 김준기

Vol.20190412f | 다시, 건너간다-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