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Strain one's ears)

이진솔展 / LEEJINSOUL / 李珍率 / drawing   2019_0413 ▶︎ 2019_0425 / 월요일 휴관

이진솔_An Extension Line Sound Drawing_면천에 혼합재료_160×305.5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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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413_토요일_06:00pm

오프닝 퍼포먼스 「리듬악기 사운드 드로잉」 / 06:30pm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서:로 ARTSPACE SEO:RO 서울 은평구 갈현로33가길 4(갈현동 273-8) 2층 Tel. +82.(0)2.6489.1474 blog.naver.com/seoro-art

이진솔은 선천적인 청각 장애가 있었고, 이제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 꾸준히 훈련하여 보통사람 못지 않게 듣고 있지만, 자신의 한계 상황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는 듣기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는 점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 어떤 음악, 또는 소리에 대한 차후의 감상이나 해석이 아니라, (인공와우용)이어폰과 몸속의 인공와우를 통과한 음의 즉시적인 발현인 것이다. 모든 작품, 특히 드로잉은 퍼포먼스의 결과물이라는 특징도 가진다. 작가는 귀 뿐 아니라 몸 전체로 듣고, 몸 전체로 그린다. 작가가 말하듯이 요즘의 작업은 '소리의 흐름과 세기 그리고 소리의 높이를 들으면서' 행하는 '매핑 내지 에스키스'라고 할 수 있다. 소리가 몸과 정신을 통과하는 동안 어떤 변형이 일어나고 다양하게 구비해 놓은 필기구들은 그것을 지진계처럼 기록한다. 바닥에 깔린 종이는 주어진 시간에 자신을 통과했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또는 받아내는 장(場)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종이—주로 드로잉하는데 저항감이 없는 소포지를 사용한다—외에 석고 가루를 입히고 판 드로잉들이 선보인다.

이진솔_귀를 기울이면 (Strain one's ears)展_예술공간 서:로_2019
이진솔_sound drawing #26_콘테, 연필. 목탄, 액자 소포지_120×90.5cm_2018
이진솔_sound drawing #28_나무판에 석고, 조각도_41×27.3cm_2018
이진솔_소리 없는 아우성_종이에 혼합재료_170×243.8cm
이진솔_귀를 기울이면 (Strain one's ears)展_예술공간 서:로_2019
이진솔_귀를 기울이면 (Strain one's ears)展_예술공간 서:로_2019

소리의 강약을 반영하듯 강하게 후벼판 부분들이 명암대조를 통해 드러난다. 추후의 가필 없이 한번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작품 한 귀퉁이에는 작업 진행 시간을 적어 놓기도 한다. 대개 30분 안팎이다. 여러 감각이 동원되는 강도가 높은 작업이다 보니 중간중간 쉬면서 한다. 주로 드로잉의 성격을 띄는 작품의 선과 선 사이에는 불연속이 있다. 듣기-그리기의 흐름에서의 특이점들이 기록되는 구간은 작품들 간의 차이를 낳는다. 말이나 글도 중간의 여백이 있어야 의미가 전달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작가의 신체적 상황과 관련시켜본다면 침묵의 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작품에는 작가가 들었던 소리와 들을 수 없었던 또는 듣지 않았던 소리가 공존한다. 불연속적 지점들이 다수 발견되는 것은 작가가 한 작품에도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데서도 온다. 작업하는 과정을 보면 연필, 콘테, 잉크 같은 필기구 뿐 아니라, 돌이나 나뭇가지 등의 사물도 동원된다.

이진솔_이어폰 연장선 사운드 드로잉 퍼포먼스(관람객 참여로 드로잉 포함)_가변설치, 00:19:04_2018
이진솔_「리듬악기 사운드 드로잉」 오프닝 퍼포먼스_2019
이진솔_「리듬악기 사운드 드로잉」 오프닝 퍼포먼스_2019

소리를 주요 매체로 하면서 다양한 사물을 활용하는 방식은 현대미술에도 큰 영향을 주었던 존 케이지의 방식을 떠오르게 한다. 존 케이지는 1930년대에 피아노 안에다가 나무, 고무, 유리 같은 여러 물체를 끼워 넣어 이질적인 진동을 야기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것은 예술과 사물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 속에 끼어든 사물은 우연과 침묵을 부각 시켰다. 이진솔의 작품에서 잘 들리는 음(소리)는 시각화되거나 아니면 빈틈으로 남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위 말하는 정상인들이 반쯤은 자동반사적으로 지각하는 우주에 도입된 단절과 간극의 몫이다. 사실 연속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현실 자체가 착각이다. 이진솔은 자신의 불편함을 통해 그러한 착각을 들춰냈을 뿐이다. 작가들은 신체적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봐야 하고 처음 듣는 사람처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도전에는 기존의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개입되기 마련이고 그 점은 현대예술의 고립을 야기하기도 했다. ● 루소는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에서, 언어를 가장 힘 있게 하고 게다가 보통의 문장을 본래의 모습과는 달리 특유하게 만드는 것은 소리와 악센트와 온갖 굴절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확함을 위해 표현력이 위축되어온 흐름이 있다. 이진솔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리에 대한 감수성은 정확성을 위해 억압된 감각을 도입한다. 소리를 듣는 것, 또는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시간을 지각하는 것이다. 빅토르 주어칸들은『소리와 상징』에서, 청각적 불완전은 완전하게 되기 위해서 시간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음악에서의 완성을 향한 요구는 현재의 존재를 그치고 어떤 다른 것,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출현하도록 하는 요구이다. 『소리와 상징』에 의하면 불완전함을 듣는 것은 시간을 듣는 것이다. ■ 이선영

출전│가창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결과집

Vol.20190413e | 이진솔展 / LEEJINSOUL / 李珍率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