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다 - 사진 속의 자수

임명희展 / LIMMYOUNGHEE / 林明姬 / photography   2019_0417 ▶︎ 2019_0430

임명희_공놀이_잉크젯 프린트_40×50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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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히든 플레이스 HIDDEN PLACE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20길 5 B1

지난 「욕망의 콜라주」시리즈 작업에서는 한국의 전통자수를 일상의 풍경사진 속에 콜라주(collage)하여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표현하였다. ● 그러나 꿈을 향해 열심히 가는 사이에 우리는 늙어가고, 미완성의 젊은 날의 꿈들은 가슴 속에 묻혀 곰삭혀진다. 젊은 시절엔 '모든 생명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무심하게 여겨졌었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경구를 내면에서 진정으로 긍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임명희_관조하다_잉크젯 프린트_25×25cm_2019
임명희_김치를 담다_잉크젯 프린트_30×21cm_2019
임명희_만추_잉크젯 프린트_40×60cm_2019

어느 사이, 내가 상주가 되고 문상을 갈 일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쇠약해지는 몸과 마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쓸쓸함을 알게 되었다.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 그동안 해왔던 사진과 자수작업을 통해 일상의 시간 속에서 순응과 긍정의 힘을 찾으려고 하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의 나의 모습을 사진(self-portrait)으로 촬영하였다. 그 사진을 밑그림으로 천 위에 인물의 본을 떠서 자수(embroidery)를 놓았다. 이미 완성된 사진 속의 나를 다시 자수로 수놓는 과정은 늙어가는 현재의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기회가 되었다.

임명희_빨래를 개다_잉크젯 프린트_40×40cm_2019
임명희_하늘이 푸르른 날은_잉크젯 프린트_60×40cm_2019

인물자수 기법으로 '씨앗'같은 입자들로만 표현한 것은, 씨앗 속에는 생명의 유전자들이 응축되어 있어 생명현상의 지속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이다. 나의 손끝에서 나온 에너지로 만들어진 실의 흔적들은 서로 의도된 관계를 가지고 수렴되어 드로잉(drawing)처럼 이미지화 된다. 언젠가 그 이미지의 수명이 다했을 때, 수렴된 입자들의 집합은 발산될 것이고, 입자들의 운동과 재배열로 다른 이미지로 탄생될 것이다. ● 두 번의 겨울이 지나는 동안, 나의 사진(self-portrait)속에 자수(embroidery)를 콜라주(collage)하는 일련의 작업은 내가 나에게 상(prize)을 주는 행위(performance)처럼 잔잔한 기쁨을 주었다. ■ 임명희

Vol.20190415e | 임명희展 / LIMMYOUNGHEE / 林明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