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소나기 2019

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작프로젝트展   2019_0423 ▶︎ 2019_0429

황선태_햇빛이 드는 거실_강화유리, 샌딩, 전사필름, LED_123×163×5.5cm_2013

초대일시 / 2019_0423_화요일_05:30pm

초대작가 신선미_성태진_황선태_이우림_김경민

참여작가 김승환_홍서현_정도영_임수빈_박하늬_구지은 김지윤_옥수정_배우리_남지형_이미주_홍 차_김은아 김아름_최민영_김윤지_박주호_박성란_하 리_권혜경 이우수_김썽정_김성진_정지현_차보리_양현준

추천작가 우태경_박정현_김승현_김준환_류정민

후원 / (주)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관람시간 / 10:00am~07:00pm

울산문화예술회관 ULSAN CULTURE ART CENTER 울산시 남구 번영로 200 (달동 413-13번지) 제1,4전시장 Tel. +82.(0)52.275.9623~8 ucac.ulsan.go.kr

서서히 변화하는 지형에서 서서히 살아남기 ● "야외 식탁들이 놓인 레스토랑의 테라스로 오리랑 비둘기들이 날아들어 바닥 위를 태연히 걸어 다니거나, 식탁 위에 올라 앉아 손님의 음식을 쪼아 먹으려 들기도 했으나, 손님들은 물론이고 서빙 하는 종업원들도 이들을 내쫓지 않았다. 외식을 즐기는 손님들이 자연의 일부로 흡수된 것 같은 이 희한한 광경은 내게 묘한 이국적인 인상을 남겼다. 식사가 끝날 무렵 내 식탁 위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어 남긴 음식을 쪼아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 2012년 여름 유럽 여행 중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들렀을 때, 굴벤키안 미술관의 레스토랑 방문 기록을 찾아보니 대략 저렇게 묘사 했더라. 굴벤키안 미술관을 관대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기억하는 건 미술관 레스토랑에서의 특이한 경험 탓이 분명히 있다. 날짐승을 쫓아내지 않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기질이 남다른 인상을 남겼지만 이와는 별개로, 고대 예술품부터 동양의 도자기나 그리스 로마 시대와 이슬람권의 오래된 유물까지, 시공을 초월하는 방대한 소장품도 굴벤키안 미술관을 향한 부러움과 선망을 만들었다.

성태진_낙장불입 5광_나무 패널에 아크릴채색, 먹_122×122cm_2016
이우림_In the woods_캔버스에 유채_147×180cm_2018
김경민_기자의 하루_청동_60×55×25cm_2015
신선미_당신이 잠든사이 19_장지에 채색_79×125cm_2016
이미주_수면장애_자작나무 패널에 페인트, 아크릴채색_130×160cm_2017
임수빈_빛나는 분홍 씨앗(shining pink seed)_캔버스에 유채_162.1×259.1cm_2019

예술을 둘러싼 혼란스런 진실 중 하나는, 예술의 전성기와 그것의 안정된 보존은 막대한 금전적 후원을 통해 가능했다는 점이다. 내가 7년 전 남다른 인상을 받고 온 굴벤키안 미술관은 영국 석유재벌 칼루스트 굴벤키안의 컬렉션을 모아 1970년대 리스본에 세워져 세계 굴지의 미술관 중 하나다. 굴벤키안을 능가하는 석유 재벌 장 폴 게티는 게티 빌라와 게티 센터를 만들어 세계 시각예술의 아카이브를 구축했고, 록펠러 가문은 뉴욕 현대미술관의 배후에 있다. 더 멀리 르네상스의 문예혁명은 고리대금업으로 큰돈을 번 거상들이 교회를 후원하면서 가능한 것이었다. 수도원을 건설하고 그림을 주문하고 교회의 장식을 의뢰한 메디치 가문은 결과적으로 오늘날 전해지는 무수한 르네상스 미술의 후견인이다. 코지모 데 메디치는 산 마르코 수도원의 보수공사를 후원했고 수도원 안에 자신의 개인 기도실을 제공 받았는데, 그의 기도실에는 "모든 죄가 사해졌다"는 교황의 칙서가 새겨진 돌이 놓였다. ● 국내의 한 미술 애호가의 전액 후원으로 운영되는 『특급 소나기』라는 이름의 울산 지역 미술 행사에 초대할 뉴페이스 작가 5명의 추천과 전시회 서문을 요청받은 때는 2018년 9월이었다. 이전에 진행된 『특급 소나기』의 구성을 추적해보니, 이름이 이미 알려진 작가부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까지, 아트페어와 일반인 미술 애호가들이 각별히 선호하는 팝아트나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의 작업부터(특히 이런 스타일의 비중이 높았던 거 같다), 일상 사물과 허구적 재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시각예술가의 자의식을 밴 작품까지 층위가 다양했다. 역설적으로 그 점 때문에, 하나의 특정한 주제로 수렴되는 기획 전시의 일반론을 따르지 않고 있었고, 그 때문에 각기 자기 색채를 지닌 여러 작품들이 방사형으로 펼쳐진 전시의 모양새로 보였다.

양현준_Adult Child(It's not your fault-jiso)_종이에 아크릴채색_190×130cm_2018
권혜경_Container B-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에나멜_180×340cm_2014
류정민_EIN STEIN-생각의 생각_MF05_스티로폼, 자석, 피그먼트 프린트, 철판에 아크릴페인트, 입체 포토 콜라주_철판 75×170×32cm, 돌 50×80×28cm_2018
홍서현_Focus_혼합재료_143×123cm_2018
하리_시선22_캔버스에 유채_97×162.2cm_2018

●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특급 소나기』의 취지 가운데에는 '전시할 기회가 부족한 젊은 작가들에게 대작(100호 이상)을 전시할 공간을 주고, 작가들 사이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이 중에서 교류의 장에 방점을 두면서 봤다. 작가는 교류의 기회가 없어 창작을 못하며, 그것이 없어서 창작의 동기 부여도 받지 못한다. 또 교류의 자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회나 친분을 얻기도 한다. 교류의 중요성은 미술 전시회 오프닝 때 방문자들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문화를 작품으로 모방한 관계미학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을 퍼포먼스를 떠올려 볼 만하다. ● 그는 전시장을 일시적인 주방으로 꾸민 후에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에게 태국 요리를 무료로 대접하는 퍼포먼스를 해서 유명해졌다. 이 퍼포먼스는 전시 오프닝에서 사람들이 서로 일시적으로 만나는 교류야 말로 작품 감상이라는 전시장 방문의 1차 목표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 또 전시 개막식 때 방문자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문화는, 전시가 사람들을 모으는 회합의 자리이기도 했음을 뜻하리라. 작품 대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관계 맺기를 도모하는 음식 퍼포먼스는 전시회나 예술의 본령에 충실한 건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 『특급 소나기』도 차후에는, 이 전시에 선발된 작가들끼리의 교류는 물론이고, 그들과 현장의 미술 관계자 사이의 '교류'를 현실화 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김승환_bulldozer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김지윤_두개의 문 사이_틈_혼합재료_112.1×162.2cm_2018
박정현_T-abl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이우수_소실.슘_Led, 광섬유_프로젝션 멥핑 설치_2018

전시 개막 전에 『특급 소나기 2019』에 초대된 작가들의 신작도 살펴봤다. 36명의 초대 작가들 중 선별적으로 누구누구를 꼭 집어 말하자니 형평성이 마음에 걸려,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출품작의 전반적인 인상을 남기련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사진 세대의 출현이 도드라진데, 이는 동시대에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매체 실험에 집중한, 재료의 질감을 극대화한, 혹은 팝아트/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의 작업이 출품작 가운데 한 축을 이룰 만큼 압도적이다. 이런 현상은 미술 애호가의 일반적인 선호도와 지금 세상이 미술에 요구하는 초상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한편 평면과 입체라는 장르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면서, 일상 사물과 허구적 재현 사이의 관계를 묻는 작업도 보였고, 몇 해 전부터 나의 비평적 관심을 사로잡는 포스트 인터넷 세대의 미감을 드러낸 작품, 즉 뉴미디어 세대만이 제작할 수 있는 평면 회화도 있었으며, 사진 매체의 복제 가능성을 이용해서 허구적 재현이기에 용인되는 상상력을 뽑아낸 작업도 있었다. 전년 대비 사진 합성과 재조합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사진 세대의 출현이 도드라진데, 이는 동시대에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배우리_쉽게 어두워지는 밤_캔버스에 유채_97×145.5cm_2017
정지현_we run to the pattern.(프리메이슨 입단식)_캔버스에 혼합재료_97×324cm_2015
김윤지_Mountain_콘테_40×38cm_2018
최민영_과거의 나는 그때의 오늘이었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260.6cm_2019

"동시대 미술 공모전 후보작들을 심사할 때마다 드는 심경은, 장르가 상이한 음악들을 모아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을 때의 기분에 빗댈 만하다. 발라드 댄스 트로트 록, 각 분야에서 선전을 보인 뮤지션들을 모아놓고 1등을 선정 하라고 주문 받을 때의 심경 말이다." ● 몇 해 전 어느 미술 공모전을 심사하고서 남긴 심사평은 이랬다. 이처럼 『특급 소나기 2019』에 초대된 작가들의 작업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단일하지 않다.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미술의 지형 때문에, 각기 다른 존재 이유를 지닌 무수한 미술들이 미술계라는 동일한 생태계에서 경쟁을 한다. 『특급 소나기 2019』에 초대된 한 작가의 작가 노트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창작을 촉발하는 것은 새로운 영감 보다는 새로운 제약이 아닐까 생각한다." ● 저 문장은, 새로울 게 사라진 정보 과포화 시대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각예술가의 딜레마라는 문맥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하지만 꼭 그런 문맥을 고려하지 않아도, 창작 시장 매체 비평이 모두 서서히 변화하는 지형은 이미 '제약'이 될 것이고 그 제약에 적응하는 게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라는 뜻으로 풀이해도 될 게다. 작가, 비평가, 기획자 모든 미술인에게. ■ 반이정

Vol.20190423a | 특급소나기 2019-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대작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