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박자에 반걸음 Half a Step at Two Times

정재인展 / JUNGJAEIN / 鄭裁仁 / painting   2019_0502 ▶︎ 2019_0513

정재인_썩은 고추 드로잉_종이에 유채_19.5×13.5cm_2018

초대일시 / 2019_050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세종아트갤러리 SEJONG ART GALLERY 서울 광진구 능동로 209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B1 Tel. +82.(0)2.3408.4164 www.sejong.ac.kr

나는 인간이 불가피한 경험을 마주했을 때 발하는 생명력에 대해 그린다. 불가피한 경험이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 무조건 맞이해야 할 죽음일 수도 있으며, 현재 두 발로 서있는 현실을 사는 삶이다. 내가 그리는 생명력은 나와 주변들로부터 시작된다.

정재인_두 사람_순지에 유채_59×79cm_2019
정재인_정적의 숲_종이에 유채_19.5×27.5cm_2018
정재인_파과드로잉(1)_종이에 유채_19.5×13.5cm_2018

매일 대문을 나설 때 마주했던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맨발이 있다. 노란 굳은살로 둘러싸여 갈라지고 아무는 것을 끝없이 반복했을 발뒤꿈치. 고단함을 버텨냈기에 생겼을 상처들은 삶을 살기 위해 굳은살로 더 단단하게 아문다. 앞으로 더 촘촘하고 면밀하게 굳은살로 메꾸어질 발은 디딘 땅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그렇게 발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정적 속 숨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정재인_파과드로잉(2)_종이에 유채_19.5×27.5cm_2018
정재인_무응답_화선지에 수묵_50×60.5cm_2019
정재인_허기_순지에 유채_51×32cm_2019

세상 속 만연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흔들리고 부대끼는 버스를 버티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 불 꺼진 집에서 썩어가던 음식의 진한 냄새, 번호표를 쥐고 대출 상담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콧김, 카페에서 보험사 직원 아줌마와 마주 앉아 음료를 계속 들이키던 청년. 귀에 이어폰을 꽂고, 길 위의 가로수를 무심코 지나다 보면 쉽게 외면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을 애정을 갖고 진득이 바라보려 애쓰는 까닭은 그들에게 투영된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양지바른 곳에 누워 따뜻한 해가 피부에 스미는 것을 상상하며 지금을 참아낸다. 이것은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기 위함이다.

정재인_가로등_순지에 수묵_60.5×72.5cm_2019
정재인_고지_순지에 채색, 연필_37×52cm_2019
정재인_노을의 대화_캔버스에 유채_122.8×229.5cm_2018

내일의 기대를 갖기 위한 오늘의 꿈틀거림을 생각하며 그린다. 울음을 삼키려 꽉 다문 어금니의 간질거림이 숨을 탄식과 같이 내뱉으며 어렵지 않게 눈물을 쏟아내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 정재인

Vol.20190503d | 정재인展 / JUNGJAEIN / 鄭裁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