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소용

The Use of Sensation展   2019_0513 ▶︎ 2019_0705 / 주말 휴관

초대일시 / 2019_0513_월요일_05:3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 휴관

스페이스K_과천 SPACE K_Gwacheon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 (별양동 1-23번지) 코오롱타워 1층 Tel. +82.(0)2.3677.3119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에서 기획전 '감각의 소용(The Use of Sensation)'전을 마련했다. 작가 고유의 감성이 발현되어 작품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육화되는 여정 속에서 예술가들이 구사하는 감각적 운용법을 흥미롭게 들여다본 이번 전시에는 김병진, 민성홍, 한진 등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회화, 설치 작업 등 총 20점을 선보인다.

감각의 소용展_스페이스K_과천_2019

예술가에게 '감각'은 작품을 창조하는 필수적 요소로 작용한다. 미적 경험의 인식을 어떻게 감각하여 표현해내는지가 창작의 핵심이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예술은 감각을 창조하며 감각을 통해 사유하는 일"이라 했듯 지각과 감정의 작용으로부터 추려낸 순수한 감각의 덩어리 그 자체로서 이미 예술 작품은 의미를 획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묘사하는 김병진은 작품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기제로 관람자의 기억과 감정을 끌어들이고, 민성홍은 재개발지역에 폐기된 일상의 사물들을 모아 집적한 입체 조형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한편 소리를 통해 인지한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는 한진은 물감의 층위를 반복적으로 쌓으며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간의 속성을 평면 작업에 담는다.

감각의 소용展_스페이스K_과천_2019

한 개인이 외부 세계와 마찰하며 축적해온 무수한 층위의 감각은 예술가가 대상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으로 작동되며, 시각적 언어로 승화되는 모든 과정에서 중심축이 된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예술이 지적 인식이나 물리적 사태에 대한 표현이기 이전에 감각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상기시키며 감각과 상상력의 지위를 새삼 재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병진_Kitchen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5 김병진_Clothes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5
김병진_Listeners1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7 김병진_Letter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8

김병진은 주제 대상이 부각되지 않은 일상의 장면을 소위 B컷과 같은 감성으로 그린다. 그러나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그의 회화는 모순적이게도 객관적 서사를 제시하려는 재현적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우리가 어디선가 보고 느꼈던 외부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하도록 유도하는 중간적 매개 공간으로 자리한다. 작가는 특정할 만한 표정과 행동은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면 속에서 보편적 다수의 경험과 기억이 마음껏 교차되도록 유도한다. 관람자가 화면 속에서 지각한 것이 창작자의 의도와 다소 다르더라도 한 작품에 대한 층위를 풍부하게 하는 주요한 기제로 작동하도록 허용한다. 다시 말해 사실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에 남겨진 빈칸은 작품 외부에 있는 수용자 각자의 감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열어 두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미리 제시한 방향대로만 작품을 수용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저마다 다르게 축적된 감각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민성홍_다시락: 대칭적 불균형_세라믹, 수집된 오브제, 나무에 채색, 나무구슬, 바퀴, 조명_150×150×150cm_2018 민성홍_다시락(多侍樂) / Playing with everyone_ 수집된 오브제, 세라믹, 나무에 아크릴채색, 바퀴, 종이꽃_ 257×170×186cm_2016 민성홍_다시락(多侍樂) / Playing with everyone_ 수집된 오브제, 세라믹, 나무에 아크릴채색, 바퀴, 종이꽃, 조명_ 220×240×70cm_2016
민성홍_다시락(多侍樂) / Playing with everyone_가변설치_2019

민성홍은 재개발 지역에 폐기된 가구나 일상의 사물들을 수집하여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설치 작품 「다시락」을 선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철거 주택의 나무 기둥이나 낡은 의자와 샹들리에 등 부조리한 이주의 폭력으로부터 유기된 사물들은 쓸모를 다한 후 저급하게 전락한 존재가 아니다. 작가는 일상의 기억과 흔적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새롭게 조명한다. 독특한 형태로 일체화된 오브제의 상하부엔 각각 새의 두상과 바퀴를 접합하여 이동의 속성을 부여하는데, 이러한 어법은 그의 주관적 감각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다시락'이라는 작품 제목은 상주와 유족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한 진도 지방의 전통 장례놀이인 '다시래기' 굿에서 차용했다. '다시 낳는다'는 뜻에서 재생에 무게를 실은 작가는 철거 폐기물에 바치는 진혼의 몸짓을 넘어 그 의미를 승화시키는 데 이른다. 이질적 사물들 역시 삶의 일부로 바라보며 다각적 측면에서 인지한 사물들로 재탄생한 조형물은 작가 개인의 주관적 태도까지 촘촘하게 엮인 고유의 시각적 결과물로 응집된다.

한진_해안선 #2 Shorelines #2_리넨에 유채_193.9×260.6cm_2017~8 한진_파고 #3 Wave Length #3_리넨에 유채_130.3×130.3cm_2017 한진_저만치 벽 #7 A Remotely Standing Wall #7_리넨에 유채_91×91cm_2017
한진_아득한 울림 #2 Sound from a Distant Space #2_리넨에 유채_130.5×194cm_2016

한진은 흔적으로 남은 기억 속 감정을 회화로 묘사하는데, 그가 기억을 상기하는 원천은 시각적 차원보다는 청각적 질감에 더 집중되어 있다. 이는 그가 응시한 대상의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흐름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를 질료로 삼아 현실을 감각하고 기억을 지속시키기 때문이다. 엷은 물감의 층위를 반복적으로 쌓아 회화의 전면에 깊이감을 드러내는 그의 화면은 다름아닌 소리로 감각한 이미지들의 겹과 결이 누적되는 장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연적으로 '시간'을 수반하는 청각을 부동의 평면 위에 교차시킨 반복적 행위는 끝없이 약동하며 지속하는 소리와 시간의 본질로 환원됨과 더불어 계속되는 움직임마저 품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회화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그의 회화는 우리 주변의 어떤 것과도 관계하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시각적으로 수렴시킨다. ■ 스페이스K_과천

Vol.20190513e | 감각의 소용 The Use of Sens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