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OON

온주展 / ONZOO / 吳恩柱 / sculpture.painting   2019_0625 ▶︎ 2019_0701

온주_cocoon_와이어, 한지, 경면주사(주먹)_200×90×9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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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수원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 Beautiful Haeng Gung Street Gallery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18(남창동 69-2번지) 수원화성행궁 옆 공방거리 Tel. +82.(0)31.290.3553 www.swcf.or.kr

Rest in the Cocoon ● 세상의 생명은 오묘하고 알 수 없는 신비들로 가득하다. O는 바람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연약한 날개를 가진 작은멋쟁이나비가 무리지어 철새처럼 지중해를 건너며 1년살이 나방과 나비, 또는 고치 중엔 혹한의 겨울을 나는 강인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일의 일상이 자연현상과 의미깊게 연관되어있던 시대, 돌과 폭풍 속에도 신령스러운 계시가 있다고 여기던 시절에 애벌레는 'Larvar' -육체로부터 분리된 유령, 망령, 도깨비를 뜻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읽었다. 그리고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할때 자신의 분비물로 만드는 자루형태의 다양한 고치들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그것들은 심플하거나 화려하거나 모두 구조적으로 완벽한 조형미를 갖췄으며 마치 이 지구상의 것이 아닌 외계적인 형상과 빛깔을 띤 것을 보고 경탄하며 라틴어 Larvar의 의미에 공감한다. 작은 벌레가 어찌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완전변태로 날개가 생기는 혁명적인 부활도 놀랍지만 O는 번데기의 집-Cocoon에 매료되고 그들의 창작행위 본능이 불현 듯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현상되자 경이로움과 무시무시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온주_cocoon_와이어, 한지, 경면주사(주먹)_170×60×60cm_2017 온주_cocoon_와이어, 한지, 유채_170×60×60cm_2017
온주_cocoon-이란성_캔버스에 한지, 흑연_182.2×150×50cm_2017 온주_cocoon-이란성_캔버스에 한지, 흑연_192.2×160×38cm_2017
온주_cocoon 2019_캔버스에 한지, 흑연_145×220×63cm_2019

O는 나 자신이 인간형 고치를 짓는다면 어떤 형태일까 상상해본다. 그 재료로 한지를 선택한다. 한지는 겹겹이 풀로 붙여 가벼우면서도 제법 단단하게 만들 수 있고, 해초풀도 자연의 소재라서 맨손으로 장시간 작업하기에 거부감이 없어 좋았다. 도구를 사용하지않고 맨손으로 매만지며 만든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큰 형태의 고치는 분재용 와이어로 골조를 잡은 후에 한지를 덧붙이고 말리고 붙이고 다시 또 골조를 더해서 살을 붙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미리 형상을 계획해서 에스키스를 그린 후 작업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날 떠오르는 상상으로 일탈적인 형태를 더한다. 그런 창작방식이 O의 체질인지도 모르겠다. 어떤부분은 산호의 형상이 더해지고, 말라버린 낙엽을 닮았거나 소라껍데기, 꽃의 형상을 가지기도 한다. 모두 O의 상상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고치이므로 자유롭고 제약없이 유희를 즐기듯이 작업하고 있다. 어떤날은 주술에 걸린 듯이 손이 가는 흐름대로 조형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까마득한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는 O의 몸 세포(물질)들이 반응하며 작업을 조율한다는 멜랑콜리하고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온주_cocoon_와이어, 한지, 흑연_200×200×80cm_2018
온주_cocoon_캔버스에 한지, 유채_165×35×22cm×3_2019
온주_Rest in the Cocoon_캔버스에 유채_45.5×27cm×3_2019

고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기분은 우연히 발생된 게 아닐 것이다. 숨가쁜 변화에 여유가 없는 경쟁의 세상, 보거나 듣고싶지 않은 폭력과 슬픔, 거짓이 너무도 많아져서 알아서 더 병이기도 한 유해한 정보를 하루하루 접하고 있다. 방어기재로 인간적인 감성이 점점 무뎌지는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이기와 적폐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오염되어가는 환경은 맘 놓고 심호흡하기에도 불안하다. 방심하면 닥치곤 하는 운 나쁘고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든 버티고 힘내라는 말도 위로가 안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도 점점 여의치 않다. 사랑과 죽음이 직조해내는 슬픔이 인간의 운명이지만, 상징적인 인간형 고치 형상을 창작하면서 삶의 관계망 속에서 받아온 이러저러한 상념을 다스리고 사유하며 견고하고 예민해지고 싶었으리라. 미지의 실현불가능한 고치이지만... 인간의 길이 미궁에 빠질 때 우리는 다시 자연을 본받고 돌아보게 되는 것인가 보다. (2019. 6월) ■ 온주

Vol.20190625a | 온주展 / ONZOO / 吳恩柱 / sculpture.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