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POOL

이사라展 / LEESARA / 李사라 / painting   2019_0626 ▶︎ 2019_0707

이사라_Wonder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86.6cm_2019

초대일시 / 2019_062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1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생(生)의 카니발 ; 꿈과 정글 또는 무한 ● 현실을 살짝 비틀어놓은 듯, 현실의 사물을 꼭 빼닮았으나 그러한 사물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씬은 뭔가 비현실적이다. 비현실이 현실보다 더 현실로 느껴질 때가 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과 이미지들이 꿈에서는 가능하다. 더욱이 화려한 정글에서 꾸는 꿈이라면.

이사라_Wonder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1cm_2019
이사라_Wonder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1cm_2019

1. 이사라 작가는 데뷔한 이후 무표정하거나 감정이 애매모호한 표정의 소녀 인형을 그려왔다. 매우 사실적인 표현으로 고전적인 구성의 인형 그림은 작가의 이름을 미술계에 알렸고, 이후 여러 갤러리 전시와 기업 아트콜라보를 진행하며 활발한 작가활동을 해왔다. 작가의 작업은 양식적으로 회화를 정신사 또는 문화사와 결합하는 사유와 함께 팝아트와 하이퍼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은 회화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이전의 작업이 중채도와 음영의 대비가 분명한 화면에 감정이입을 통해 마치 하나의 사물이 연극적 독백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이번 전시에는 화면은 다수의 사물들로 채워지고 구성되며 보다 컬러풀하고 낙천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평면 이미지로 제작되었다. ● 이번 전시에 나올 작품들은 회오리치는 모든 것들, 나무와 풀과 꽃과 태양과 달과 별들이, 그리고 용 또는 도마뱀의 얼굴을 담고 있다. 방법적으로는 여전히 동일하게 매우 정교한 채색과 드로잉을 고수하지만, 형상은 전체적으로 페스티벌과 카니발을 떠올리는 분위기이며 자연과 신화 속 형상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화면은 기하학적 패턴과 함께 용이나 공룡의 얼굴이 등장하고 사람인지 동물인지 아니면 상상의 존재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날카로운 나뭇잎들로 가득 찬 정글 속에서 관객을 향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형상에 스크래치를 반복한 선과 이미지를 매우 화사하고 복잡한 형태와 결합하고 있다. 작가는 채색한 후에 완전히 건조된 상태의 표면을 날카로운 침으로 얇은 선을 긁어서 원하는 이미지와 질감을 만들어낸다. 스크래치하는 과정은 기술과 노동 그 이상의 마음의 균형이 중요하다. 스크래치로 선을 그려 형태와 패턴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바늘과 실을 사용해 자수를 놓는 것과 같아 보인다. ● 캔버스의 표면은 본래 섬유의 올들이 만들어내는 요철이 덮고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요철을 물감으로 메워 매끈하고 더욱 평평한 표면을 만든다. 그 위에 스크래치를 하여 요철을 만든다. 이 새롭게 만들어낸 요철은 작품의 표면 전체를 메꾸고 회화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피부처럼 재현한다. 복잡하고 난해한 형상과 화려한 컬러, 하나하나 긁어내는, 마치 도자기의 표면을 다양한 컬러와 형태로 상감(象嵌)하는 과정을 연상시키는 작업이다. 가장 얇은 두께의 부조 또는 판화(에칭)와 회화가 상징과 기호와 패턴으로 구성되어 섬세하게 융합한다. ● 감각과 노동, 몰입이 극도로 집적된 표면과 이미지이다. 작업의 시작과 작업의 끝이 힘과 세기의 변화 없이 일관되게 스크래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치 스님이 불화(佛畫)를 그리는 마음을 떠올린다.

이사라_Wonder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9

2. 이사라 작가는 시각을 마치 촉각이나 미각처럼 느끼고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태도 방식을 통해 작가의 작업은 일종의 감각들의 향연(축제)을 보여준다. 이런 감각들은 모두 피부와 관련된다. 피부는 인간의 신체기관 중 가장 친숙하면서도 복잡한 기관이다. 작가는 깊이와 무게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마치 이미지의 피부를 다루듯 얇은 표면에 집중한다. 그렇게 해서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질서, 현실의 시스템과 통제를 상징하는 힘, 중력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공기, 구름, 안개 등 대기의 운동을 은유하는 이미지와 현실을 벗어난 신화 속 상징, 태왕과 별이 우주의 무중력 속에서 기학학적 춤을 춘다. ● 이사라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파프리카」를 떠올렸다. 「파프리카」는 꿈 탐정인 여주인공 파프리카를 중심으로 꿈과 일상의 현실(꿈의 외부)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초현실적 상상력을 잘 담고 있다. 「파프리카」에는 장난스런 피에로들이 등장하고 기괴하지만 유쾌한 서커스 공연이 펼쳐지며, 일본의 전설 속 요괴들이 현대적으로 변신한 인물들이 나오는 퍼레이드와 축제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근대성으로는 불가해한 기이하며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경험을 넘나든다. 이사라 작가의 작업에서 여주인공과 작가 이사라의 작업 행위는 어딘지 닮아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상의 밖에서 배회하며 또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과 판단은 모두 꿈속에서 벌어진다. 이사라 작품 세계와 「파프리카」의 세계는 모두 현실에서도 사람들의 꿈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과 꿈이 거꾸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유한다. ● 꿈을 믿는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잠이 들기 전이나 잠든 후가 다르지 않다. 몸은 깨어나도 정신은 여전히 꿈에 매달려있다. 창백하면서도 은은한 빛을 발하는 유령 같은 이미지, 앞서 「파프리카」와 같은 쨍쨍한 정오의 페스티벌을 벌이는 이미지, 동시에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 등장하는 풍경 등. 일종의 꿈 중독과 같은 유사한 기하학적 패턴과 이미지의 무한반복. 그림은 한편의 꿈과 같고 궁극엔 인류의 신화를 닮아간다. 한 사람의 꿈이 아닌 여러 사람의 꿈이 이리저리 뒤엉키며 유기적인 하나의 몸처럼 연결되어 버린 세계의 풍경. 이 세계에서는 나의 꿈이 너의 꿈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역으로 결과가 되기도 한다. 원상(原象)과 모상(模像)이 뒤바뀌며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거울 방에 서있는 것처럼. 꿈꾸는 인형들의 세계처럼, 무의식세계를 은유하는 러시안 인형처럼 인형 속에 인형이 무한히 나오고, 다양한 기호와 상징으로 문신을 한 곰인형(럭키 베어)들이 등장한다.

이사라_Wonder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1cm_2018

3. 작품에 나타나는 용의 형상은 기학학적 패턴이나 태양과 별과 같은 천공의 다른 이미지보다 더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용과 공룡 또는 도마뱀의 이미지는 자연에 굴복하지 않는 인류의 생명력, 남성의 생식력을 은유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 용은 신, 황제, 왕 등을 의미하며 역시 강한 힘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최초의 왕들은 용이었다. 게다가 용은 변신능력이 있어서 인간이나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 용은 봄이 되면 하늘 높이 승천하고 가을이 되면 물 속 깊이 내려간다. 용은 거칠고 과격한 비바람과 태풍이기도 하고 잔잔하고 평온한 지혜의 존재이기도 하다. 용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인간에게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보물을 숨길 수도 있고 인간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다. 신성한 존재인 용은 비단 동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양의 용이 인간에게 좋은 존재로 이해된다면 서양의 용은 동양의 용에 비해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더 난폭하고 더 욕심 많은 나쁜 성정을 보여준다. 한편 마우리 문화나 폴리네시안 문화에서는 도마뱀(moko)이 마치 용처럼 신격화되어 있다. 도마뱀은 질병과 죽음으로부터 부활하고 영생하는 존재이기에 신이자 부족을 상징하며 역시 남성의 힘을 의미한다. 여하간 인류사에서 용과 도마뱀의 이미지는 거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인류의 강한 힘에 대한 꿈을 담고 있다. ● 우리의 시선은 마치 태평양의 폴리네시안이나 마우리인들의 기하학적 패턴의 복잡하고 화려한 이미지와 함께 인류학적 기원과 신화시대를 상징하는 기호들로 세계로 뛰어든다. 정체가 무엇이건 화면을 가득채운 형상들이 활달한 생명들로 우글거린다. 세상의 탄생과 인류의 기원과 같은 전설 또는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고 또 사람이 동물도 변하기도 하는, 신과 인간과 동물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신화와 전설의 시대를 살아가던 인류의 고향으로 회귀한다. ● 현재가 실종 되는 장소, 인과의 법칙이 사라지는 세계. 이런 세계에서는 인간도 인간이 아닌 무엇이 될 수 있다. 마치 요괴처럼 물건이 사람으로 행세하며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동일한 주제나 이야기를 반복해서 그리는 것은 일종의 시간여행과 같다. 인류문화의 지층을 축약하고 압축하는 신화의 패턴을 재현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 동물과 사람, 무생물과 생물이 서로 뒤섞이고 해체되었다가 다시 융합하는 세계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이사라 작가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 시대가 만들어내는 풍요로운 에너지와 생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미술사 지식이나 정신분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창작과정에 작가의 마음에 한 순간 명멸하며 오랜 시간 몰입과 노동으로 작가를 붙잡아두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이사라_Wonder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8

4. 우리는 정글에서 살고 있다. 정글은 생명의 태반이며 이념과 취향, 감각과 욕망의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곳은 세계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신경망(그것이 자본이건 정보이건)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의식과 무의식, 합리와 비합리, 과학과 신화가 한 가족처럼 동거하는 세계이다. 정글은 태양(불)과 강(물)이 어울려 과잉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생령들의 메트로폴리탄이다. 여기서는 생명과 사물, 유기물과 무기물의 상호순환이 벌어진다. 마치 자본과 예술이 그러하듯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미술관을 나오려면 선물가게를 지나야 한다. 고양된 이념과 정교하게 구축된 비일상의 세계에서 희로애락으로 혼잡한 세속의 현실과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이 두 세계가 교차하는 중간계(선물가게)를 지나야 하는 것이다. 이사라 작가의 작업은 바로 이 중간계의 한 가운데에서 이념과 취향이 갈등하고 화합하는 장소에서 생성한다. 예술작품이 오브제와 물건, 미술관과 선물가게의 문턱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예술의 확장과 축소가 빠르게 교차하는 한 가운데에서 사물과 예술과 상품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자본과 상품과 욕망의 무풍지대가 아닌 현실 세계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이 곧 오늘날 우리의 시대를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들의 총화라는 고백이다. ● 이번 전시에서 이사라 작가의 작업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은 인류학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기학적 패턴과 함께 무엇보다 아주 가는 선들, 스크레치이다. 컬러와 형태와 구성을 향해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아주 가까이 다가가면 무수한 빗금과 선들의 스크래치들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런 미시적인 음과 양, 융기와 침식, 순간과 영원의 반복이 셀 수 없이 펼쳐지는 시간을 통해 선을 긋는 행위는 생성과 소멸의 세계의 에센스를 떠올린다. 동시에 사건과 사물과의 무의식적 접촉이 반복되면 존재론의 문제가 되어버리며 양(量)이 질(質)화한다는 이념의 한 변주를 보게 된다. 하나의 선이 시작되고 종료되는 순간 다른 선이 시작되고 다시 종료된다. 짧은 선들이 사슬처럼 연결되고 끊어지고, 해체되고 재조직되는 과정이 무한반복하며 기하학적 형상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 들어서면 마치 미궁(迷宮)의 입구와 출구가 교차하듯, 또는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영원회귀를 하듯 무한한 선들의 세계가 시작도 끝도 없는 세계를 얇은 표면에 새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선들이 모여 있다. 세계의 피부에 문신을 해 신과 영생을 새기는 것처럼. 미세한 선 하나하나는 행위의 주체가 독립적으로 살아 숨 쉬는 조용한 주문(呪文)이다. ■ 김노암

이사라_Happy Dol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18
이사라_Happy Dol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18

여름의 초입인 싱그러운 녹음이 가득한 6월, 서울옥션의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가 오는 6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이사라 작가의 개인전 'COLORPOOL'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전시명처럼 경쾌한 컬러감이 가득 느껴지는, 평면에서 입체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가의 작품 20여 점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 이사라 작가는 데뷔 이후 소녀 인형, 곰 인형 등을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며 인형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작가의 이전 작업이 하나의 피사체와 배경에 패턴을 덧입히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COLORPOOL'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다수의 사물들로 채워지고 구성되며, 그 형태가 점차 해체되어 추상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의 작품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 작가의 작업은 형형색색의 컬러와 기하학적 패턴으로 화면에 가득 담기는데, 이 같은 형태와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작가는 무수한 스크래치의 반복인 네거티브 드로잉(Negative Drawing) 기법을 사용한다. 채색한 후에 완전히 건조된 상태의 표면을 날카로운 도구로 얇은 선을 긁어 이미지와 질감을 표현하여 깊이를 더한다. 이는 마치 바늘과 실을 사용해 자수를 놓은 것과 같아 보이기도 한다. ● 김노암(아트스페이스 휴 대표)평론가는 "감각과 노동, 몰입이 극도로 집적된 표면과 이미지이다. 작업의 시작과 작업의 끝이 힘과 세기의 변화 없이 일관되게 스크래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치 스님이 불화(佛畫)를 그리는 마음을 떠올린다."라고 평했다. ● 이사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되찾게 되는 기분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한편, 이사라 작가는 숙명여대 미술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약 200회 이상의 단체전과 19회의 개인전, 다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삼성전자, 코리아나 화장품, 롯데제과 등의 기업과 다양한 아트 콜라보를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 가나 아뜰리에 입주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인사아트센터

Vol.20190625d | 이사라展 / LEESARA / 李사라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