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

권도연_무진형제_유비호_장서영_MM Yu展   2019_0628 ▶︎ 2019_081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628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22 익선 SPACE22 IKSEON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32가길 33 B1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 인류가 사라진 뒤, 우리의 흔적은 어떤 이미지의 화석으로 발견될까? ●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는 멜팅포트의 2019 연간 프로젝트인 '인류세의 정원'의 일환으로,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 뒤 오늘날 인간이 영유하는 사물과 환경 그리고 비물질적 이미지의 흔적들이 어떠한 화석으로 발견될 수 있는지를 상상하며 출발했다. 권도연, 무진형제, 유비호, 장서영, MM Yu는 작업을 통해 각각 수집가, 기록자, 고고학자, 예언자 등의 다양한 태도로 일상에서 미래의 화석들을 건져내고, 인류세의 시점에서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사진, 영상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현대문명을 이루고 있는 인간과 사물, 환경과 이미지 등 인간의 확장을 통칭하는 '미디어'의 화석을 마치 고대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 '인류세의 정원'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적 배경인 2019년을 맞이하며 인류 절멸 이후에 발견되는 특정한 지질학적 연대를 뜻하는 '인류세'를 주제로 한 연속 기획을 선보인다. 첫 기획전 『Another 나쁜 セカイ(어나더 나쁜 세카이, 5/22~6/23)』는 인류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멸망에 관한 불안에 기인해 부정(否定)의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한 작가들의 예술적 세계관을 담았다. 앞선 전시가 당장에라도 소멸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소설적 상상력을 다루었다면,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는 현대문명을 이루고 있는 인간과 사물, 환경과 이미지 등 인간의 확장을 통칭하는 '미디어'의 화석을 마치 고대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 전시 제목인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알레프」(1945)의 제목에서 유래했다. 알레프는 "모든 각도에서 본 지구의 모든 지점들이 뒤섞이지 않고 있는 곳"으로, 소설 속에서 알레프의 직경은 2~3센티미터 정도이지만 우주의 공간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알레프에 드러나는, 일종의 상징적 소우주다. 알레프의 유리 표면에 반사된 세상의 빛처럼 인간의 세계를 이루는 무한히 많은 사물들의 반영을 이곳 지하 전시공간에 담고, 이를 관찰할 수 있는 관측소를 마련했다. 주변 환경과 사물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인식의 가림막이 걷힌 비연대기적 서사를 탐색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물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의 존재를 오늘이 사라진 미래를 통해 재인식하고, 이를 통해 오늘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MM Yu_Inventory_종이에 잉크젯_120×400cm_2002~18 ⓒ MM Yu

MM Yu 작가는 필리핀 마닐라의 시장과 상점에서 촬영한 수백여 점의 사진 시리즈 「Inventory(재고 목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욕망의 공급과 수요의 현실을 포착한다. 현대에 만연한 물질문명에 대한 단상 속 숨은 이면을 드러내는 그의 시도는 최근 필리핀 쓰레기 불법 수출 문제에서도 드러난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 생산 문제의 근원을 파고든다. 그간 필리핀의 일상적 풍경 속 도시화의 이면과 환경문제를 대량의 사진 아카이브로 기록해온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테이프를 감듯 시선을 돌려 지구의 새로운 지층을 이루는 폐기물들이 사실 주변 시장에 쌓여있는 판매용 상품에서 비롯된 점을 지적한다. 사물이 지닌 비밀스러운 삶의 증인이 되는 동시에 인류문명의 단서를 물질적 교환의 담론으로 끌어들이기를 시도했다.

무진형제_궤적(櫃迹) - 목하, 세계진문(目下, 世界珍門), Digitalized 35mm(b&w) photography projection, 80 photographs, stereo sound, Korean English_00:08:00, 가변설치_2018 ⓒ 무진형제

무진형제는 총 80여 점의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한 영상작업 「목하, 세계진문 (目下, 世界珍門)」에서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앎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소설 속 아로낙스 박사가 잠수함 속에서 바깥세계를 관찰하고 이를 분류해 이름을 붙여 기록한 방식처럼, 무진형제는 현대적 이미지의 중첩과 고전 텍스트 문장의 사용을 통해 롯데타워 지하 아쿠아리움과 최고층 스카이라운지 사이의 세계를 탐색한다. 프로젝트명인 '궤적(櫃迹)'은 물건이 담긴 상자를 뜻하는 '궤(櫃)'와 발자국이나 자취를 뜻하는 '적(迹)'을 합한 단어다. 주변의 사물부터 작업과 삶을 함께하는 매체와 메모 등이 저장되는 물리적인 공간인 '궤(櫃)'에서 누군가의 텍스트나 이미지가 주는 경외감, 의문, 낯섦의 '적(迹)'을 통해 새로운 작업을 발굴하고 또 다른 질문과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업을 이어왔다. 무진형제는 사진, 영상, 설치 등의 매체로 지난 2년간 동명의 프로젝트를 통해 고전 이미지와 시적 언어를 통한 동시대를 탐색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권도연_고고학_피그먼트 프린트_105×135cm_2015 ⓒ 권도연

권도연 작가는 「고고학」 시리즈에서 작업실 주변을 떠도는 개와 함께 어슬렁거리며 고고학자의 태도로 땅을 파고, 그 속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발견된 사물들은 그것들이 온전했을 때의 효용은 사라지고,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유물로서 전혀 다른 가능성을 드러낸다. 기억이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듯 사물은 효용을 통해 존재가치를 갖기에 죽음을 맞이한 사물은 때때로 인간의 시간과 역사를 역으로 증명한다. 작가는 고고학적 태도로 발견한 근과거의 유물을 통해 오늘의 미미한 역사를 되짚어낸다.

장서영_아주 중요한 내장을 위한 기념비_단채널 비디오_00:02:30_2014 ⓒ 장서영

장서영 작가는 실체는 없지만 분명 세상에 존재하는 인식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아주 중요한 내장을 위한 기념비」에서 회전하고 있는 뒤집힌 양말을 통해 개인의 세계인 '안'과 물성의 세계인 '밖'의 인식적 전복을 시도한다. 허구적 나레이션을 통해 구축된 가상의 세계에서 안은 바깥이 되고 바깥은 안이 되며, 마치 인간의 내장을 밖으로 꺼내놓듯 보편적인 인식의 세계를 뒤집어 해석하는 전복의 방식을 제시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일상적이고도 사소한 물건인 양말은 세계를 은유하는 메타포인 동시에 우리가 무심코 벗어버린 인식의 허울인 셈이다.

유비호_예언가의 말_단채널 비디오_00:13:30_2018 ⓒ 유비호

유비호 작가의 영상설치 작업 「예언가의 말」은 미래의 누군가가 오늘의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죽음의 세계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에 빗대어 이미 죽은 자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이자, 동시대를 반영한 묵시록적 서사를 담았다. 대형 스크린에 드러난 존재는 부동의 자세로 눈을 감은 채 유령처럼 무심하다. ■ 윤하나

Vol.20190628d | 지하관측소; 여기는 알레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