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에서 : From a distance

채림展 / CHAERIMM / 蔡林 / painting   2019_0710 ▶︎ 2019_0804 / 월요일 휴관

채림_멀리에서_목판에 옻칠, 삼베_122×16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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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71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청담 Hakgojae Cheongdam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89길 41 B1 Tel. +82.(0)2.3448.4575~6 www.hakgojae.com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1. 컨템포러리 아트는 '탈(脫)장르' 시대를 맞고 있다. 더 이상 '형식'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장르 고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시각 예술의 모든 형식, 이를테면 소재 재료 물질 형태 색채 구성 등의 정통적인 조형 요소를 전복시키는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장르와 장르의 과감한 이종교배를 통해 작품 형식의 문제를 교란시키는 움직임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순종'의 우물에서 벗어나 '혼종'의 바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채림의 작품도 컨템포러리 아트의 문맥에서 보면, '혼성(Hybrid)의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 채림은 원래 보석디자이너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작품의 재료와 기법을 확장하고 표현 형식을 개방하는 꾸준한 천착을 거듭해, 마침내 독자의 작품 세계를 이룩해냈다. 그 조형의 요체는 옻칠로 '경작한' 지지체에다 보석 공예의 입체 조형을 융합하는 일이다. 외국의 어느 평론가가 채림의 작품을 두고 '보석 회화(Jewelry Painting)'라는 조어(造語)를 구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채림_멀리에서_목판에 옻칠, 삼베_20×20cm×32_2019
채림_메아리_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황동_48×48cm×2_2019

2. 채림은 전통 옻칠로 작품의 지지체를 일궈낸다. 나전칠기 같은 전통 공예의 조형미에 착목한 것이다. 옻칠은 나무에 수십 번의 지난한 수공적 반복 과정을 거쳐 색채와 광택을 건져 올린다. 옻칠의 농도와 채도에 따라 화면은 천변만화의 표정을 드러낸다. 액체가 번져 흐르듯 유동적인 구성, 바람이 불듯이 속도감 넘치는 붓 터치, 청정한 수면처럼 매끈한 표면, 저 먼 기억 속의 풍경처럼 몽롱한 파스텔 톤, 안개가 낀 듯 경계가 모호한 스푸마토(Spumato)….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삼베를 화면에 끌어들여 마티에르 효과를 배가시킨다. 그 신비로운 뉘앙스는 원시 바다의 깊고 깊은 바닥 면이나 칠흑 같은 밤의 촉각, 아니면 이름 모를 행성의 표면을 떠올린다. 그 어느 것이나 자연(혹은 우주)의 감축모형을 연상시킨다. 사실 이 지지체만으로도 회화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해도 좋다. ● 채림은 이렇게 경작한 지지체의 밭에 보석공예를 심고 키운다. 호박 산호 비취 등의 전통 보석뿐 아니라 터키석 청금석 아콰마린 등의 천연보석이 세팅된 실버를 지지체와 조응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 자개로 수놓은 작품이 매력 덩어리다. 자개는 은은하게 빛나는 조개껍데기의 표면 효과가 특징이다. 어린 시절 우리의 안방에 들어앉아 있던 자개농의 추억을 불러내 보라. 빛을 내려 받은 자개가 뿜어내는 신묘한 색채! 그것은 감상자의 시점 이동에 따라 다른 자태를 드러낸다. 또한 22K금도금 실버로 빚어낸 문양도 예사롭지 않다. 그 문양은 해 산 물 소나무 구름 불로초 사슴 거북 학 같은 십장생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디자인으로 보인다. 보석 문양이 자연의 축소판 같은 채림의 화면에 들어앉으면 생명 탄생, 우주 질서의 표상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 옻칠의 지지체와 보석의 만남. 이 만남은 실로 다양한 조합으로 전개된다. 꽃밭 위를 살포시 날아가는 나비로, 연못의 수면 위를 떠도는 꽃잎으로, 길가에 가지런히 널어선 풀숲으로, 녹음 속의 무성한 나뭇잎으로, 바람 부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의 무리로, 일출에 고요히 피어오르는 안개로, 저 멀리 산봉우리로 울려 퍼지는 메아리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성운(星雲)으로…. ● 채림은 감성이 흘러넘쳐나는 문학소녀처럼 한 편의 서정시를 써내려간다.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 이 고요한 명상의 세계 앞에 서면, 우리는 저 깊은 내면으로 끝없이 또 끝없이 미끄러진다. 정신세계로의 깊은 투사는 결국 수수께끼 같은 우주와 우리 존재의 신비한 빛으로 이끌고, 마침내 찬란한 생명의 존귀함을 맛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채림_과수원 하늘_자개, 22K 금도금 황동_48×48×10cm_2019
채림_작은 꽃_목판에 옻칠, 삼베, 자개, 진주, 실버_20×20cm×3_2019

3. 채림의 예술은 진화하고 있다. 보석공예를 입체로까지 발전시킨 작품도 발표하고 있다. 보석 공예의 체적(體積)과 색채에 대한 인식을 전도시켜 조각, 설치작품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황동으로 용접한 최근작 〈과수원 하늘〉은 보석 공예의 장식성을 버리고 상큼한 '공간 드로잉'으로 치달은 작품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채림의 작품에 더 이상 공예나 디자인이란 말을 적용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렇듯 보석디자인에서 출발한 채림이 도달한 세계는 실로 놀라운 파격의 성과를 얻고 있다. ● 채림의 예술은 여전히 가열한 조형적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을 딛되 그 전통을 넘어 서고, 지금 여기 현대 속을 부딪치면서 그 전통을 현대로 이어가는 일이다. 그 과제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서기 위해서는 작품이 '보석+회화'라는 물리적 결합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공예/회화라는 장르 문제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아트를 둘러싼 실로 가치 있는 비평 담론들이 잠재해 있다. 전통/현대, 동도(東道)/서기(西器), 평면/입체, 일루전/오브제, 자연/문명, 과거/현재, 순수/실용…. 작가 채림이 바로 이 이항대립(Binary)의 축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그 전복 해체 탈구축 종합의 조형적 전개를 지켜보는 일이 마냥 흥미롭다. ■ 김복기

채림_바람의 색, 나무의 색_목판에 옻칠, 삼베, 자개, 황동_60×70cm_2018
채림_하늘 그리고 비밀정원_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22K 금도금 실버_58×58×8cm_2018 채림_하늘 그리고 비밀정원_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실버_58×58×8cm_2018 채림_하늘 그리고 비밀정원_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실버_58×58×8cm_2018 채림_하늘 그리고 비밀정원_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22K 금도금 실버_58×58×8cm_2018

The Lyric that Sings Nature ● 1. Contemporary art is now in the era of 'deconstruction of the genre.' The distinct boundaries of genre are collapsing to the point that the expression 'form' no longer seems to have any meaning. Artworks that subvert all forms of visual art, for instance, the traditional formative elements such as subject matter, material, substance, figure, color, and composition are steadily being presented in the art world. There are rapid movements that disrupt the matter of the form through drastic cross-genre. The sea of 'hybrids' is spreading out from the well of so-called 'purebred' before us. ● Chae Rimm's work may be also considered as 'hybrid art' in the context of contemporary art. Chae started her career as a jewelry designer. However, she created a unique oeuvre by consistently expanding on materials and technique, and opening up her expressions. The key factor of her artworks is to combine a base 'cultivated' through Ottchil (traditional Korean lacquer), and three-dimensional forms of jewelry crafts. In this context, one may understand the word 'Jewelry Painting,' coined by a foreign art critic. ● 2. Chae Rimm uses Ottchil to create her base. She paid attention to the beauty of traditional crafts such as Najeonchilgi (lacquerware inlaid with mother-of-pearl). Ottchil's color and brilliance is obtained through dozens of repeated processes of strenuous manual work on wood. The picture screen reveals various expressions depending on the different concentration and saturation of Ottchil. The fluid composition as liquid spreading, rapid brushstrokes like a gale, sleek surface like the face of pure water, dreamy pastel tones like a landscape from a distant memory, sfumato with vague boundaries as if it were foggy… The artist does not stop here. She brings hemp to her picture screen in order to emphasize the effect of matière. The mysterious nuance conjures up the deepest floor of the paleo-sea, tactility of a pitch-dark night, or the surface of an unknown planet. Everything mentioned above is reminiscent of a model of nature (or the universe). In fact, the base alone meets sufficient requirements for painting. ● Chae Rimm plants and grows jewelry craft on the field of this cultivated base. She corresponds the base with not only traditional gems including amber, coral, jade, but natural gems such as turquoise, azure stone, aquamarine set on silver as well. The artwork embroidered with traditional mother-of-pearl is full of charm. The surface effect of the delicately glowing shell is the distinct characteristic of mother-of-pearl. Try to bring back memories from your childhood. Remember the cabinet decorated with mother-of-pearl in the main room of your childhood home. The mysterious color mother-of-pearl emits! It reveals different patterns as the viewer shifts. The pattern of 22K gold plated silver is not something you can see every day. The patterns are modern depictions of traditional Symbols of Longevity such as the Sun, mountain, water, pine tree, cloud, elixir plant, deer, turtle, and crane in a modern way. When the jeweled pattern is placed on Chae's picture screen that is like a miniature version of nature, it shines like a symbol of the birth of life and harmony of space. ● The encounter between the Ottchil base and jewels. This rendezvous unfolds into a variety of combinations, such as a butterfly fluttering on the flower field, petals floating on the surface of a pond, grass laying neatly along the road, full leaves in the well-shaded forest, a flock of birds crossing the windy sky, a quietly rising fog at sunrise, echoes that ring to the peaks of the mountain, a twinkling nebula in the night sky…. ● Chae Rimm writes a lyric poem like a literary girl who is full of emotions. The lyric that sings nature! In front of this world of serene meditation, we slip endlessly and endlessly into the profound internal world. The deep reflection into the mental world eventually leads us to an enigmatic universe and the mystical light of our existence, and finally gives us the joy of tasting the glorious nobility of life. ● 3. Chae Rimm's art is constantly evolving. She now presents works that have developed jewelry craft into a three-dimensional form. She is extending her oeuvre into sculptures and installations, applying the awareness of volume and color of jewelry craft. Her recent work, Sky in the Orchard (2019), made with welded brass, avoided decorative features of jewelry craft and became a refreshing 'space drawing.' At this point, Chae's work will no longer have to be associated with the term craft or design. The world that Chae Rimm, who started from jewelry design, has reached is a truly fascinating outcome of a breakaway. ● Chae's art has an important formative task that must constantly be worked on. It is to apply tradition but go beyond it, and extend this tradition in the present by striking into the modern world of today. In order to take a step closer, her work must go overcome the physical combination of 'jewelry+painting.' Her works contain not only the issue of genre, that is, between craft and painting, but truly invaluable critical discourses on contemporary art as well. Tradition/modernity, way of the East/skill of the West, flatness/solidness, illusion/objet, nature/civilization, past/present, fine/practical... It always will be interesting to see how the artist, Chae Rimm, will work with these binaries, and the figurative development of subversion, dissolution, deconstruction, and synthesis. ■ Kim Boggi

Vol.20190704g | 채림展 / CHAERIMM / 蔡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