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놀기

김현수展 / KIMHYUNSOO / 金炫秀 / painting.drawing   2019_0705 ▶︎ 2019_0716 / 월요일 휴관

김현수_바른 부 (富)-Ⅱ_한지에 콜라주, 드로잉_145.5×11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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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사간동 78번지) Tel. +82.(0)2.720.5114 www.kumhomuseum.com

나는 개인이 사회화되면서 겪는 억압을 자연의 에너지로 풀어내고 싶다. 군인 가족이었던 나는 전체주의적 군사문화 아래서 성장했고, 지금은 총성 없는 전쟁, 자본주의의 첨예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부조리한 문화는 우리 사회를 경직 시키고, 힘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경계"가 나뉘어지면, 주종과 우열의 관계가 되어 모든 다양성을 삼켜버린다. 내 작업에서 종종 등장하는 탱크와 화폐이미지는 이러한 문화를 상징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이원성에서 오는 갈등과 억압적인 상황을 놀이로 바꿔놓으려는 시도이다. 최근 작품들은 천진난만한 민화의 문자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조선시대 유교 문자도는 당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이상적으로 성취한 고사나 설화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을 유교 이념을 상징하는 글자와 자유롭게 어울리도록 구성했다. 나는 이러한 문자도의 원리에서 착안하여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부를 유희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것은 사회적 억압의 기제를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갖는 해악을 알기 이전의 천진하고 낭만적인 인간의 본성을 갈망하는 것이다.

김현수_바른 힘-Ⅰ_한지에 콜라주, 드로잉_145.5×112cm_2019
김현수_바른 부 (富)-Ⅰ_한지에 콜라주, 드로잉_145.5×112cm_2019
김현수_"힘" -V_한지에 콜라주, 드로잉, 자수_83×75cm_2019
김현수_"돈" -V 한지에 콜라주, 드로잉_89×66cm_2019
김현수_"돈"-Ⅵ_한지에 드로잉_75×67cm_2019

● 흔히 돈을 물에 비유하는 것처럼 돈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을 지배한다. 누구나 부자가 되길 원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주 거상 김만덕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만덕은 엄청난 흉년이 들었을 때 장사로 번 전 재산을 팔아 육지에서 구휼미를 사들여 제주 사람들을 구했다. 후에 정조가 공로를 치하하면서 소원을 묻자 금강산 유람을 청해 당시 사대부도 쉽게 갈 수 없는 금강산을 다녀오게 된다. ● 열심히 재산을 모으고 그 재산을 남을 위해 쓰고, 그로 인해 잡은 소중한 기회를 치부가 아닌 자기 계발에 쓰는 진취적 삶은 오늘날, 방향을 잃은 체 부에 대한 무조건적 갈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돈 시리즈」는 기존의 화폐이미지와 더불어 김만덕을 상징하는 쌀가마니와 금강산을 소재로 가져와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어울리도록 했다. 정당하게 벌고 제대로 쓰이는 돈이라면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탐욕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태도이기에 당당하고, 소박하게 부에 대한 소망을 기원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현수_금자동이_한지에 콜라주, 채색_139×95cm_2019
김현수_정물-Ⅱ_한지에 콜라주, 드로잉_145.5×112cm_2019
김현수_동짓날_한지에 콜라주, 페인팅_112×145.5cm_2019
김현수_식물의 사생활_한지에 프린트한 아트북_가변크기_2018

● '갑질'이란 말이 유행하는 요즈음 갑을관계에서 벌어지는 마찰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갑이 되고자 한다. 힘은 사회적 지위, 경제적인 능력, 무력, 심지어 지식권력에서 나오기도 한다. "힘"이 바르게 쓰이려면 힘이 없는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인데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양육강식의 국가관계에서도 이상적으로 구현되기 힘들다. 「힘 시리즈」에 등장하는 냉이 꽃은 크고 화려한 봄꽃들 중 작게 무리지어 피어나며 존재감을 갖는 두해살이 풀로 민(民)을 상징한다. (억울한 이의 재심을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의 명함에 새겨진 꽃이기도 한다.) ● 옛사람들이 계관화라 부르며 관직에 나아가길 희망하면서 그린 맨드라미, 절대 무력을 상징하는 탱크와 함께 냉이 꽃을 "힘"이란 문자 속에 그려 넣음으로써 부조리한 힘을 무화시키고 생명의 힘을 염원했다. ■ 김현수

Vol.20190705a | 김현수展 / KIMHYUNSOO / 金炫秀 / pa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