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된 영토 The adapted territory

김태균展 / KIMTAEKYUN / 金泰均 / installation.sculpture   2019_0705 ▶︎ 2019_0825 / 월요일 휴관

김태균_각색된 영토展_김종영미술관_201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218k | 김태균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이 전시는 문화체육부, 서울시, 서울문화재단의 기금을 지원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김종영미술관 KIM CHONG YUNG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32길 30 신관 Tel. +82.(0)2.3217.6484 www.kimchongyung.com

장소를 상실한 시대에 어느 작가의 제언 ● 김태균은 오랜 시간 독일에서 공부하고 체류했다. '생각의 집'이 다른 곳에서 그의 삶은 부평초 같은 느낌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 말과 문화가 다르기에 고향에서는 생각지 못하던 여러 가지를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소위 말하는 '문화접변 acculturation'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나는 누구인가?', 즉 모든 질문이 자신에게 돌아왔다. 따라서 그는 불분명한 정체성을 극복하고자 관찰자 시점에서 자신과 사회를 살피는 작업을 시작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형식보다는 내용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 김태균의 이번 전시 제목은 『각색된 영토』다. 각색은 달리 말하면 극화하는 것이다. 극화는 사실에 기반하지만,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작가의 주관이 반영된다. 한편 영토는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각색된 영토』는 국가권력이 미치는 물리적 공간이 극화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번 전시 역시 지금, 여기의 사회적인 내용을 토대로 작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그런데 김태균은 전시 제목에서 누구에 의해서 영토가 각색되었는지, 즉 각색의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서 영토의 범주도 살펴봐야 한다. 영토가 사전적 의미의 물리적 공간을 뜻할 수도 있지만, 어떤 개념의 범주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그가 형식보다는 내용에 비중을 두고 작업하는 데서 비롯된다.

김태균_발굴된 미래_실사 출력 아크릴, 철_175×120×100cm_2019

이번 전시 출품작에 등장하는 장소는 임진강, 개성, 판문점, 제주도, 백두산, 서울과 평양이다. 임진강에는 남과 북이 대치상황에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댐을 만들어 각자 강물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임진강은 분단 이전부터 흐르고 있었고, 여전히 자신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판문점은 한국전쟁 이후 정전체제에서 유일하게 상시 대화창구 역할을 하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판문점에 이웃해 있는 개성은 옛 고려의 수도로 새천년을 맞아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을 위해 공동으로 학술발굴을 하고, 남북경협이 시작된 장소이다. ●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빼어난 천혜의 경관을 가진 곳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해방 후 냉전체제에서 남북분단이 고착되며 벌어진 최대의 비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1948년 4·3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백두산은 단군신화의 배경으로 배달민족의 영산이다. 그래서 작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백두산 천지에 남북 정상 내외가 함께 올라 기념사진을 찍으며 남북이 한겨레임을 상기했다. 그는 이와 같은 장소를 골라 관객들에게 남북분단에서 비롯된 역사를 소환하고 있다. ● 그렇다면 일차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영토는 물리적 공간의 영토라고 볼 수 있겠다.

김태균_만월_실사출력 PC, 미러 스텐, LED_270×220×5cm_2019

이번 전시 출품작을 포함해서 김태균은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다. 그 결과 자신의 관심을 사로잡는 사회적인 이슈를 소재로 작업하면서도, 자연히 조형적인 실험도 수반된다. 이번 전시에도 그는 평면과 입체, 그리고 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한다. 심지어 소리도 포함됐다. ● 제주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알게 된 4·3사건에서 비롯된 작품 『예술과 사회과 社會科 부도-궤』가 좋은 예이다. 이 작업은 4·3사건의 참혹한 역사의 현장 중 하나인 '다랑쉬 굴' 사건을 소재로 한 작업이다. 토벌대가 굴에 총을 쏘고 불을 질러 굴속에 있던 사람들을 질식사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을 작품화하기 위해 그는 바위 동굴을 제주도를 형상화한 듯한 둥근 고리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붉은색 LED를 밝혔으며, 해녀들이 물질 후 수면 위로 올라와 한 번에 숨을 몰아쉴 때, 마치 휘파람 소리 같이 들리는 '숨비소리'가 울려 나오게 했다.

김태균_두여인_실사 출력 아크릴, 응급 담요, 목재_200×300cm 이내 벽면 설치_2019

작년에 남북과 북미 간에 역사적인 회담이 있었다. 대표적인 이미지가 바로 남북 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과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에 앞서 양국국기를 배경으로 악수하는 장면이다.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난 데다 지금은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 당시의 감격은 어디 갔나 싶다. 특히 이는 일종의 학습효과로 과거 남북관계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감정을 작품화한 것이 바로 작품 『도보다리회담』과 『북미회담』이다. 두 작품은 원래 이미지의 윤곽선만 남기고 패턴화해서 반복되었기에, 제목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두 역사적 사건의 이미지를 기억할 수 없다. ● 작품 『임진강 인덱스』와 『개성공업지구』는 지금까지 살펴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그 지역의 생태계와 역사를 탐구하며 채집한 자료와 인터뷰를 지도와 함께 한자리에 모아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지난 70년간 남북이 한민족임에도 서로 다른 이념으로 인해 전대미문의 동족상잔을 겪고, 지금까지도 정전상태에서 대치하고 있어서, 임진강 유역의 자연 가치와 개성의 역사를 온전히 살피지 못하는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김태균_구밀복검 口蜜腹劍_트럼프 카드, 카페트, 목재_30×200×250cm_2019

이러한 작품들을 보면 김태균에게 영토는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만이 아닌 듯싶다. 그에게 영토는 장르의 경계도 포함하는 듯하다. 그가 내용에 비중을 둔 작업을 전개하면서, 자기 생각을 극화하기 위해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는 조각가 김태균, 화가 김태균이 아닌 그야말로 작가 김태균이다. ● 작가 김태균은 이번 전시 『각색된 영토』를 통해 지금 우리가 70년 분단의 역사로 인해 특정 장소에서 장소성 placeness을 상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되새겨보고자 하는 듯싶다. 장소는 단순히 지도상에 좌표로 혹은 일개 명사로 분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장소라 하면 집단이나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의미는 기억에서 비롯된다. 지금 이런 장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분단의 생활화와 압축성장을 통해 절대빈곤을 탈피한 우리가 불확실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이와 같은 장소를 운운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과거에 집착한 것 같이 보일 수 있다. 전 지구화된 무한 경쟁 시대에 앞만 보고 가기에도 바쁘다.

김태균_ARTlas_예술과 사회과 부도-궤_고강도 스펀지, LED 소리 반응 장치, 7개의 숨소리 사운드 장치_50×190×30cm_2017_부분

김태균은 그래서 역사를 소환했다. 아마도 그가 독일에서 문화접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심하지 않았으면 귀국 후 이런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리를 두고 낯설게 살펴야만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과거 17세기 프랑스에서 미술 아카데미가 설립되며 역사를 소재로 한 그림이 최고의 장르로 대두되었던 이유를 다시 살피게 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화가들이 길드에 소속된 장인의 지위를 벗어나 후원자인 왕실 귀족과 지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던 열망과 회화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학처럼 알레고리적인 구성을 통해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이다. ● 작가 김태균은 아카데미 전통에서 역사화를 그리던 화가들처럼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도 작가이기에 전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이 사회의 기억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원임을 잊지 않고 있다. 현실은 어떠한지 되묻게 된다. 장소성을 상실한 시대에 미술은 어떠한가? 그의 작업을 살피면 살필수록 과거 역사화 歷史畵 같이 교훈적이지는 않지만 '지금·여기'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 박춘호

김태균_임진강 인덱스_백릿 라이트 패널, 아크릴, 투명 캡슐, OHP필름, 모니터_200×200cm 이내 설치_2016_부분

An artist's suggestion in the age of placelessness ● Tae Kyun Kim studied and lived in Germany for a long time. It is perceivable that his life may have felt estranged living in a place with different ways of thinking. On the other hand, living in a place of different language and culture may have allowed the artist to explore things that were not apparent to him before. Kim may have experienced so-called acculturation. In the end, all questions return to the self: 'who am I?' In order to overcome the ambiguous sense of identity, the artist embarked on a journey exploring himself and the society around him as an observer. Hence, his work proceeded with more attention given to the messages contained than format. ● Kim's current exhibition is entitled "The adapted territory." Adaptation, in other words, means to dramatize. It is based on reality but reflects the artist's subjectivity in order to attract attention. On the other hand, the territory is the realm where the powers of state influence. In this sense, "The adapted territory" may be interpreted as dramatizing the physical space under state power. Therefore, one could guess that the artworks are based on the social and historical now. ● However, Kim does not make it apparent by whom the territory has been adapted. Also, the boundaries of the territory need to be understood as well. Territory may mean physical space, but could also indicate a conceptual realm. This is due to the artist's working style placing emphasis on what is being communicated than the form of the work. ● The places that appear in this exhibition are Imjin River, Kaesong, Panmunjom, Jeju Island, Mount. Baekdu, Seoul, and Pyongyang. In the confrontational situation of the South and North Korea divide, Imjin River is managed separately for different purposes. However, Imjin has been there long before the division of the two Koreas and maintains its natural life and ecosystem. Panmunjom is the only place where a regular window of communication between the two Koreas is available since the Korean War. Kaesong, which neighbors Panmunjom, is the old Capital of Goryeo, and is the place where collective research among South and North Korean scholars have been conducted in order to restore relations, and also where the South-North economic cooperation started. ● Although Jeju Island, listed as a UNESCO World Natural Heritage site, boasts of its great natural beauty, historically, is the site of the April 3 1948 event – one of the greatest tragedies based on ideological differences in Korea during the Cold War. Mount. Baekdu is the backdrop of the Dangun myth – a myth that describes the founding of Korea – and in this sense, is the spiritual mountain of Korea. When President Moon and the First Lady visited North Korea last year, they met with the North Korean leader and his wife at the summit of Mount. Baekdu as a reminder that Koreans are of a single ethnic background. The artist has carefully selected these particular places to recall the history of division. In this respect, the territory described is first and foremost physical. ● Kim's works, including the ones exhibited in this particular exhibition, use various media across different genres to maximize the meanings the artist intends to deliver. As a result, while the artist works with the social issues that are most pressing to him, he also experiments with forms. This exhibition displays two-dimensional and three-dimensional works, installations, and various other genres. This even includes working with sounds. ● A good example is "Atlas:cave" which came about during his artist residency in Jeju after learning of the April 3 incident. It is based on the 'Darangshi gul' incident among the various sufferings endured during the April 3 incident. Armed forces opened fire into a cave and set it on fire killing people inside the cave. The artist created a rounded rock cave which seems to represent Jeju Island, and lit the inside with red LED lights, and let the sound of Jeju women divers' heavy intake of breath which sounds like a whistle, also known as 'sumbisori,' resonate through. ● Last year important historical talks took place between the two Koreas and North Korea and the U.S. The representative images of these momentous events were the two leaders of South and North Korea chatting at Panmunjom's footbridge and the handshake between North Korea and U.S. leaders with the national flags in the background during the Singapore summit. A year has passed since then and conversations are in a deadlock now, making one wonder where all the positivity has disappeared to. This can be attributed to the learning effect of past experiences of South and North Korean relations. The works that capture these emotions are "The Foot bridge Summit" and "Singapore Summit(2018)" Both works leave out the outline of the image and repeat it to form a pattern, making it difficult for the viewer to actually decipher the historical image despite the titles of the works. ● "Imjin River Index" and "Gaesong Industrial District" differ slightly from the works discussed above. These works are reconstructions of collected materials from studying the area's ecosystem and history, interviews, and maps. It reminds us that the natural values and uniqueness of Imjin River and its surroundings cannot be fully studied due to the division of the two Koreas spanning more than 70 years now. ● Looking at these works, it could be said that Kim's territory is not simply geographical. It encompasses the boundaries of different genres. While he heavily focuses on the messages behind his works, in order to dramatize his thoughts, he freely moves across genres and mediums. He is not a sculptor or a painter, but literally, an artist. ● Through "The adapted territory," the artist seems to attempt to reflect on how we live by losing the placeness of specific areas that relate to the 70 years of divide. A place cannot be simply defined as geographical coordinates or a noun. A place is somewhere that is meaningful to an individual or a group of individuals, and meaning comes from memory. Such places are slowly disappearing. In the midst of the everydayness of the divide, our past economic achievement of escaping absolute poverty, and the entering into uncertain times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it may seem unnecessary to obsess over placeness. In a time of never-ending competition on a global scale you could only afford to look forward. ● This is why Kim summoned history. Perhaps he would not have been able to do this work upon coming back to Korea if he hadn't thought deeply about his identity through the cultural contact he experienced in Germany. Sometimes you have to look at something from a distance in unfamiliar ways to grow. Looking at his works, I am reminded that paintings of historical events were the most popular genre of paintings when the French Academy of Fine Arts was first established in the 17thcentury. The reasons were twofold. First, artists desired to intellectually communicate with the nobles in order to overcome their social status as members of specific guilds, and second, people believed that the artistic value of paintings increased when it contained instructive messages similar to how allegories were used in literature. ● Kim's work is not didactic like those paintings that referred to history. However, because he is an artist, he wishes to communicate his thoughts with the viewers. Above all, he remembers that he is a member of a society who shares a collective memory while he continues to live out his daily life. He questions how reality is. What is art in the time where placeness is being deteriorated? Although his works may not instruct us like the traditional paintings, it ushers us to reconsider our lives in the here and now. ■ Choon ho Park

Vol.20190707g | 김태균展 / KIMTAEKYUN / 金泰均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