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배반心像背反

이태수展 / LEETARSOO / 李太秀 / sculpture   2019_0715 ▶︎ 2019_0803 / 주말 휴관

이태수_Sweet dream_유리_25×65×47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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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715_월요일_06:00pm

후원 / 예술가방_쿤스트원

관람시간 / 01:00pm~05:00pm / 주말 휴관

예술가방 서울 강남대로162길 16 배재빌딩 1층 Tel. +82.(0)2.541.6652 www.kunst1.co.kr www.facebook.com/bykunst1

심상배반心像背反: 심상과 현실이 조우하는 지점에서"감각은 뚜렷한 혹은 미묘한 사실들을 그대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감각은 현실을 아주 잘게 쪼갠 다음 그것을 다시 모아 의미 있는 형태를 만든다. 감각은 우연한 표본을 받아들인다. 하나의 예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뽑아낸다. 감각들은 서로 의논하여 그럴듯한 예를 찾아내고, 작고 정밀하게 판단한다."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 인간과 세계의 접촉은 감각으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예술 활동은 궁극적으로 '감각'을 다루거나, 감각을 통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태수의 작업은 그 중에서도 보여지는 것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심상, 그리고 실제 물성의 차이를 통해 일어나는 감각적 치환에 주목하고 있다.

이태수_Floating stones_혼합재료_260×380×100cm_2019

작가는 이번 개인전의 제목을 '심상배반'이라고 붙였다. 여기서 심상(心象)은 '감각에 의해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되는 것, 혹은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이미지'를 뜻한다. 서로 대립하고 모순되는 두 개의 명제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주장되는 것을 향하여 칸트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 명명했다. 이 두 용어가 조합된 제목 '심상배반'이란 결국 마음 속에 떠오르는 어떤 감각이 실제의 감각과 대립되고 모순되는 상태를 가리킬 것이다. ● 환경조각을 전공한 작가 이태수는 한동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외국의 희귀 화초, 박물관에 들어가는 가짜 유물 등을 제작하는 일에 몰두했던 경험이 있다. 꽤 능력 있는 기술자로서 다양한 형태의 모조품, 곧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냈던 작가는 2017년 이후 발전시켜온 최근의 작업에서 그 특기를 가장 중요한 장치로 끌어들인다. 원래 미술이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재료의 차이가 있을 뿐 고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태수_H-beam_혼합재료_각 30×540×20cm, 가변설치_2019

이번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 허공을 대범하게 가로지르고 있는 H빔(beam) 형태의 설치물은 건축의 뼈대를 형성하는 구조용 강재로 쓰이는 구조물이다. 건축물의 엄청난 무게를 버텨야 하므로 강철로 제작되는 이 H빔은 보통 100kg이 넘는 육중한 무게감을 지닌다. 이 작품의 물리적 존재는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갤러리 공간 안에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 육중한 철제 처럼 '보이는' H빔 형태의 작품은 사실은 1kg도 안되는 무게를 지닌 가벼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스티로폼으로 구조를 만들고, 그 표면을 마치 철의 표면처럼 만들어 관람자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 또 다른 작품, 「Sweet Dream」(2019)을 살펴보자. 전시장의 한 쪽에는 좌대 위에 베개가 하나 있고, 그 위에 수직으로 선 바위가 올려져있다. 베개는 가볍고 푹신하며, 돌은 무겁고 딱딱할 것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일상에서의 경험을 통해 학습된 지각, 즉,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이다. 우리는 먼저 작가의 작품을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감각하고 뇌를 통해 판단을 내리지만, 베개의 푹신함과 바위의 딱딱함은 사실상 촉각에 해당하기에 직접 만져보지 않는 이상 그것은 사실상 추측 혹은 상상에 불과하다. 인간이 대상을 인지하는 것은 감각-지각 과정을 거쳐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작가는 상상의 도움을 받은 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장치 혹은 하나의 힌트를 마련해 두었는데, 그것은 이 두 물체의 물리적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베개 위, 한 쪽 모서리를 의지하여 세워져 있는 돌이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베개의 가벼움과 돌의 무거움은 이태수의 작품에서 서로 뒤바껴 있다. 유리로 만들어진 베개의 표면은 딱딱하고,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돌은 가볍다.

이태수_H-beam_혼합재료_각 30×540×20cm, 가변설치_2019

이러한 감각적 치환은 전시장의 한 쪽 벽면에 나란히 설치된 「Floating Stone」(2019)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각기 다른 크기의 돌들이 유리면의 모서리에 깔끔하게 박혀서 떠 있는 모습은 돌과 유리가 가진 고유 물성을 완전히 거스른다. 그 무거운 바위가 유리에 박혀 떠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돌이 유리에 박혀있기 위해서는 유리가 깨어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흠이나 깨어진 흔적 없이 돌은 완벽하게 유리에 박힌 채, 여기저기 떠있다. 여기서 유리는 실제 유리의 물성을 가지고 있으나, 돌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가짜 돌이다. 이렇게 작가는 상상 속 이미지의 세계와 현실이 조우하는 지점을 은유적으로 시각화 한다. ● 작가 이태수가 사용하는 물체들은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이다. 돌, 유리, 베개, 철 구조물... 작가는 지각하는 것 조차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물체들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실제의 가치, 그리고 기대되는 것과 다른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나름의 호흡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관람자의 감각을 새롭게 자극하며, 새로운 심상을 일으킨다. 이태수가 만들어 놓은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실제 감각과 상상이 조우하는 지점에 서 있게 될 것이다. ■ 서지은

Vol.20190715f | 이태수展 / LEETARSOO / 李太秀 / sculpture